ISSUE 길ISSUE길 심층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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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집중조명 · AI·청년고용·첫 일자리

AI 시대, 청년의 첫 일자리가 사라진다

경력직 선호·AI·정년연장이 동시에 좁히는 취업문
44.2%2026년 7월 청년 고용률
28만5000개최근 4년 청년 일자리 감소
11.2개월첫 임금 일자리까지 평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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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인구는 줄어드는데 취업문은 더 좁아졌다

청년 인구는 줄어드는데 청년 취업은 오히려 어려워지고 있다. 2026년 7월 15~29세 청년 고용률은 44.2%로 전년보다 1.6%포인트 하락했고, 실업률은 6.8%로 1.3%포인트 상승했다. 전체 취업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청년층만 고용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단순히 경기가 나빠서라고 보기 어렵다. 기업의 채용방식 변화와 AI 확산, 고령자의 계속고용이 겹치면서 청년이 노동시장에 처음 진입하는 문 자체가 좁아지는 구조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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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먼저 줄이는 것은 ‘신입사원의 일’

AI가 모든 사람의 일자리를 똑같이 위협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최근 4년 동안 청년층 일자리는 약 28만5000개 감소했는데, 이 가운데 94%인 26만8000개가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서 줄었다. 정보서비스·출판·컴퓨터 프로그래밍·전문서비스 등 청년층이 비교적 선호해 온 지식산업에서 감소가 두드러졌다.

이유가 중요하다. 자료조사, 번역, 보고서 초안, 기초분석, 단순 코딩처럼 과거 신입사원들이 담당했던 업무를 AI가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반면 경험을 바탕으로 판단하고 고객을 관리하거나 조직을 조정하는 업무에서는 경력자의 가치가 여전히 크다.

결국 AI는 경력자의 생산성을 높이면서 신입사원이 경험을 쌓을 기회를 줄이는 역설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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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이 있어야 뽑는다”—그 경력은 어디서 쌓나

AI 이전부터 기업 채용은 공채에서 수시채용으로, 신입 중심에서 경력직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한 선택이다. 신입을 뽑아 몇 년간 교육하기보다 바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자를 채용하는 것이 비용과 위험을 줄일 수 있다. AI가 숙련자의 생산성을 높여주면 이런 유인은 더욱 강해진다.

문제는 모든 기업이 같은 선택을 할 때 발생한다. 경력이 있어야 취업할 수 있는데 취업하지 못하면 경력을 만들 수 없다.

박소영 중앙일보 논설위원의 ‘청년은 왜 완성품이어야 하나’라는 질문은 바로 이 지점을 짚는다.

기업이 과거에는 신입을 채용해 일을 가르쳤다면 이제는 대학 졸업 전에 인턴, 자격증, 프로젝트 경험과 직무능력까지 갖춘 ‘완성된 신입’을 요구한다. 기업이 부담하던 교육비용과 위험의 상당 부분이 청년 개인에게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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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지는 취업준비, 늦어지는 사회 진입

그 부담은 고스란히 청년에게 돌아간다.

통계청 조사에서 청년층이 첫 임금근로 일자리를 얻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11.2개월이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을 준비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인턴·자격증·어학·직무교육을 반복하는 청년도 적지 않다.

취업 지연은 단순히 몇 달 늦게 직장을 구하는 문제가 아니다. 소득 발생이 늦어지고 독립과 결혼, 출산, 자산형성의 시점까지 함께 늦어진다. 청년 취업 문제는 결국 한국 사회의 세대 재생산 문제와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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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연장까지 겹치면 청년의 ‘입구’는 더 좁아질까

여기에 정년연장 논의가 더해지고 있다.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한국에서 고령자의 계속고용 자체는 피하기 어려운 과제다. 그러나 연공형 임금체계를 그대로 두고 근무기간만 늘린다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증가하고 신규채용 여력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의 과거 60세 정년 의무화 분석에서도 55~59세 근로자가 한 명 증가할 때 23~27세 근로자가 약 0.4~1.5명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으며 특히 대기업과 노조가 있는 사업장에서 영향이 컸다.

따라서 현대차의 ‘임금을 깎지 않는 정년연장’ 합의를 둘러싼 논쟁도 단순한 세대갈등으로 볼 문제는 아니다. 고령자의 고용안정과 청년의 신규채용을 어떻게 동시에 보장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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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책, 청년을 더 훈련시키는 것으로 충분한가

정부도 일경험 확대와 AI 인재교육, 취업지원 강화에 나서고 있다.

2026년에는 일경험 지원과 AI 등 미래역량 훈련을 확대하고, 진로탐색→일경험→직업훈련→취업을 연결하는 ‘K-유스개런티’도 추진하고 있다.

필요한 정책이다. 하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현재 청년고용 문제의 원인이 단순히 청년의 능력 부족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신입을 덜 뽑는 구조에 있다면 청년에게 교육을 더 시키는 것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청년 10만명을 AI 전문가로 교육하더라도 기업이 신입사원 채용을 줄인다면 취업문 자체는 넓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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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의 초점을 ‘취업 준비’에서 ‘첫 일자리’로

따라서 청년고용정책의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의 질문이 ‘청년에게 무엇을 더 가르칠 것인가’였다면 앞으로는 ‘기업이 왜 청년을 뽑아 키워야 하는가’를 물어야 한다.

신입사원을 채용해 일정 기간 교육하는 기업의 비용을 정부가 지원하고, 대학과 기업의 장기 인턴십을 실제 채용과 연결하며, AI가 대신하게 된 초급 업무를 대체할 새로운 현장훈련과 경력형성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정년연장 역시 별도로 다룰 문제가 아니다. 계속고용과 임금체계 개편, 청년 신규채용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세대상생형 고용모델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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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진짜 위험은 ‘경력 사다리’의 단절이다

AI가 장기적으로 전체 일자리를 줄일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낼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지금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일자리의 총량보다 노동시장에 들어가는 경로의 변화다.

AI는 경력자의 능력을 증폭시키고 기업은 즉시 활용할 수 있는 경력자를 선호한다. 여기에 고령자의 근무기간까지 늘어난다면 가장 먼저 어려움을 겪는 사람은 아직 경험이 없는 청년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AI 시대 청년고용 문제의 핵심 질문은 의외로 단순하다. 경력자가 필요하다면, 그 경력자는 누가 만들어낼 것인가.

청년에게 처음부터 완성된 노동자가 되라고 요구할 것이 아니라, 청년이 일을 하면서 배우고 경력자로 성장할 수 있는 ‘첫 번째 일자리’를 다시 만드는 것. 그것이 AI 시대 청년고용정책의 출발점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