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길ISSUE길 9월 11일 심층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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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3 · 북미정상회담·중국외교·한반도평화

중국은 왜 지금 북미 정상회담 중재에 나섰나

왕이 방한 한 달도 안 돼 “적극적·건설적 역할”…북러 밀착·트럼프 변수·한국까지 얽힌 중국의 계산
8월 19~20일왕이 중국 외교부장 방한
4시간한중 외교장관 회담·만찬
11월중국 선전 APEC 정상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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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의 출발

북미 정상회담을 둘러싼 움직임에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중국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화 재개를 위해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할 의향이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북미 대화 재개로 이어질 수 있는 신뢰할 만한 노력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불과 한 달 전과 중국의 태도가 미묘하게 달라졌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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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 달 전 왕이는 상당히 신중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8월 19~20일 한국을 방문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과 무려 4시간에 걸쳐 회담과 만찬을 했고 한반도 문제도 주요 의제로 논의했다.

당시 왕이는 중국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미정상회담을 중국이 직접 중재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선을 그었다.

북한과 미국 사이에 결정할 문제이며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중국이 북미대화를 위해 보다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모색한다는 메시지가 나왔다.

왜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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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첫 번째 이유 ― 북한이 러시아 쪽으로 너무 가까이 갔다

최근 북한의 외교에서 가장 큰 변화는 러시아와의 급격한 밀착이다.

북한은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강화했고 파병까지 단행하면서 과거 중국에 크게 의존하던 외교적·경제적 구조에서 벗어날 새로운 선택지를 확보했다.

이것은 중국에도 부담이다.

중국이 북한을 완전히 통제한다는 서방의 인식과 달리 북한은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외교적 공간을 넓혀왔다.

러시아라는 강력한 후원자가 등장하면 북한이 중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필요성은 더 줄어든다.

따라서 중국 입장에서 북미대화 재개는 역설적으로 북한에 대한 중국의 외교적 영향력을 회복할 기회가 될 수 있다.

중국이 중재자 역할을 한다면 북한은 다시 베이징을 거치게 되고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핵심 당사자로 복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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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두 번째 ― 트럼프가 다시 김정은을 바라보고 있다

또 하나의 변화는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는 김정은과 다시 만날 의사가 있다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보내고 있다.

한미연합훈련 축소 등 북한에 보내는 신호도 나타났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반도 평화공존과 대화 재개를 강조한 이후 북미대화를 둘러싼 외교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만 여기에서 구분할 것이 있다.

한국 정부가 먼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미정상회담을 제안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가 북미대화 재개를 적극적으로 희망하고 미국과 중국에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역할을 요청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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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왕이 방한 때 이 문제가 논의됐을 가능성은

여기에서 자연스럽게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왕이 외교부장의 방한 당시 북미정상회담 중재 문제가 논의된 것은 아닐까.

공개된 외교부 자료를 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설명하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실현을 위한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요청했다.

왕이 역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답했다.

따라서 북미대화 재개를 포함한 한반도 대화 국면에 중국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러나 왕이 방한 때 구체적인 북미정상회담 중재 방안까지 합의했다는 공개된 증거는 아직 없다.

이 부분은 사실과 추론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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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세 번째 ― 중국도 트럼프에게 필요한 카드가 있다

중국이 북미대화를 중재하면 중국만 이익을 얻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역시 중국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

북한과 미국 사이에는 현재 정상적인 외교 채널이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다.

반면 중국은 북한과 공식 외교관계를 유지하면서 김정은 정권에 접근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가다.

트럼프가 실제로 김정은과 만나려 한다면 시진핑이 김정은을 설득하거나 최소한 의사를 전달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중국은 이 카드를 미국과의 협상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미중 사이에는 무역·첨단기술·대만·안보 등 수많은 현안이 있다.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이 협력한다면 시진핑은 트럼프에게

“중국은 미국의 경쟁자이지만 동시에 국제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국가”

라는 점을 보여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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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11월 중국 APEC이 중요한 이유

더 흥미로운 것은 장소와 시점이다.

오는 11월 중국 선전에서 APEC 정상회의가 열린다.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하고 김정은 위원장까지 중국을 방문한다면 중국은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외교무대를 제공할 수 있다.

아직 확정된 시나리오는 아니다.

그러나 중국에서 트럼프와 김정은이 만난다면 정치적 의미는 매우 크다.

2018년 싱가포르, 2019년 하노이와 판문점에서 열렸던 북미정상회담과 달리 이번에는 시진핑의 중국이 사실상 중재자 또는 무대 제공자로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으로서는 한반도 문제에서 자신을 배제한 미국과 북한의 직접 거래를 지켜보는 것보다 훨씬 유리한 구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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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김정은에게도 상황이 달라졌다

하지만 2018~2019년의 김정은과 지금의 김정은은 다르다.

당시 북한은 국제적으로 상당히 고립돼 있었고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절대적이었다.

지금은 러시아라는 새로운 전략적 파트너가 있다.

따라서 김정은이 협상 테이블에 돌아온다면 과거보다 더 높은 조건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이미 핵보유 능력을 크게 확대했다는 점도 변수다.

과거처럼 ‘완전한 비핵화’를 먼저 요구하고 그 대가로 제재완화를 논의하는 방식만으로 협상이 시작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결국 중국의 중재 의지가 곧 북미정상회담 성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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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그런데 왜 지금 북미정상회담이 중요한가

지금 한반도에는 여러 문제가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북러 군사협력과 파병 한미동맹 재조정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논의 호르무즈 파병 등 미국의 동맹 기여 요구 미중 전략경쟁

이 문제들이 서로 분리돼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당 부분 연결돼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을 통해 북미관계를 안정시킬 수 있다면 이재명 정부는 전작권 전환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추진할 수 있는 외교적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반대로 이번 기회를 놓치고 미국의 정치 상황이 다시 변한다면 북미대화가 언제 재개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번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은 단순히 트럼프와 김정은이 다시 사진을 찍는 이벤트의 문제가 아니다.

향후 몇 년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수준과 한국의 외교·안보 공간을 결정할 수 있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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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그렇다면 한국은 중국의 중재를 환영해야 하나

한국 입장에서는 중국의 역할을 무조건 경계할 필요도, 무조건 환영할 필요도 없다.

중국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는 데 실질적인 역할을 한다면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북한·미국·중국 모두와 대화할 수 있는 한국 정부라면 북미대화와 한중관계를 서로 연결하는 외교적 공간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원칙이 있다.

한국이 빠진 채 미국·북한·중국이 한반도의 미래를 결정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

북미정상회담의 목적 역시 단순한 정상 간 만남이 아니라

군사적 긴장 완화 핵·미사일 위협 관리 남북대화 복원 비핵화 협상의 재개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

로 이어져야 한다.

중국의 중재 역시 이 목표에 도움이 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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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길의 시각

중국이 갑자기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선의의 중재자로 나섰다고만 보는 것은 국제정치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

중국에는 분명한 전략적 이해관계가 있다.

북러 밀착으로 약해진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회복하고, 북미 직접대화에서 중국이 배제되는 것을 막으며, 트럼프와의 협상에서 한반도 카드를 활용하고, 한반도 문제의 핵심 강대국이라는 위치를 다시 확인하려는 계산이 동시에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에 전략적 계산이 있다고 해서 그 역할을 거부할 이유도 없다.

국제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게 의도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어떻게 한 지점에서 만나게 하느냐다.

미국은 북핵 위험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제재와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중국은 한반도에서 영향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전쟁 위험을 줄이고 남북관계를 복원해야 한다.

네 나라의 이해관계가 모두 다르지만 ‘한반도의 긴장을 지금보다 낮춰야 한다’는 지점에서는 이해가 만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중국에 한반도 문제를 맡기는 것도, 중국을 배제하는 것도 아니다.

미국에는 북미대화를 촉진하고, 중국에는 북한을 움직일 역할을 요구하며, 동시에 한국이 북미대화 이후의 한반도 질서를 설계하는 핵심 당사자로 남는 것.

왕이의 방한과 중국의 갑작스러운 중재 의지 표명 사이에 어떤 외교적 대화가 있었는지는 아직 공개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한 달 전만 해도 “북한과 미국이 결정할 일”이라고 신중했던 중국이 이제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언급하기 시작했다는 변화 자체는 주목할 만하다.

트럼프가 움직이고 있다.

중국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북한은 아직 분명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한국이 이 움직임을 따라가는 국가가 될 것인지, 아니면 북미·미중 관계를 연결해 한반도 평화의 판을 먼저 설계하는 국가가 될 것인지다.

이번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