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1 · 범여권·개혁노선·정당정치
“코어가 등을 돌렸다”는 주장…대통령은 왜 ‘과격한 선명성’을 경계했나
개혁의 속도와 지지율을 둘러싼 논쟁
최근 범여권에서 흥미로운 논쟁이 시작됐다.
출발점은 지지율이다. 이재명 정부의 지지율이 흔들리는 이유가 무엇이냐를 놓고 서로 다른 진단이 나오고 있다.
한쪽에서는 김어준 씨를 중심으로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조국혁신당 등 범여권의 강한 개혁을 요구하는 흐름이 있다. 이들은 검찰개혁을 비롯한 핵심 개혁과제에서 정부와 여당이 기대만큼 빠르고 선명하게 움직이지 않으면서 핵심 지지층, 이른바 ‘코어’가 등을 돌리고 있다고 본다.
반면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직접 자신의 개혁관을 밝혔다. 그는 “개혁의 목표와 가치를 한순간도 포기한 적이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자신의 선명성을 드러내기 위한 과격한 선동이 저항과 역결집을 불러오면 오히려 개혁을 방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같은 개혁을 말하고 있지만 개혁을 성공시키는 방법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판단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1. “코어가 등을 돌리고 있다”…김어준 등이 보는 지지율 하락의 원인
김어준 씨 등이 말하는 ‘코어 이탈’을 단순히 핵심 지지층이 국민의힘 지지로 돌아섰다는 의미로 이해할 필요는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적극적으로 정부를 지지하고 방어하던 핵심 지지층의 열정이 식고 있다는 주장이다.
정권교체를 위해 적극적으로 투표하고, 정부가 공격받으면 방어하고, 정책의 필요성을 주변에 설명하던 사람들이 “우리가 기대했던 개혁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가”라는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특히 검찰개혁과 같은 문제에서 개혁의 속도가 늦어지거나 기존 제도와 타협하는 듯한 모습이 나타날 경우 핵심 지지층의 실망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본다.
조국혁신당이 최근 공소청·중수청 논의 등을 두고 검찰개혁이 자칫 이름만 바꾸는 수준에 머물 수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이들의 논리는 비교적 분명하다.
개혁의 선명성이 약해지면 코어의 신뢰가 떨어지고, 코어가 적극적으로 정부를 홍보하고 방어하지 않으면 연성 지지층까지 흔들리면서 전체 지지율도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이 제시하는 해법은 개혁의 속도와 방향을 다시 분명히 하고 핵심 지지층의 신뢰와 정치적 열정을 회복하는 것이다.
코어가 단단해야 외연도 넓힐 수 있다는 논리다.
2. 대통령의 다른 진단…“개혁은 선명성이 아니라 성과로 증명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생각은 출발점부터 조금 다르다.
이 대통령은 12일 자신의 SNS를 통해 “개혁의 목표와 가치를 한순간도 포기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개혁은 “최대한의 공감 아래 섬세하고 절차적이어야 하며, 고통과 저항을 최소화해 실효적인 성과로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과격한 선명성’에 대한 경고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선명성을 드러내기 위한 과격한 선동이 저항과 역결집을 초래해 결과적으로 개혁을 방해하고 반동까지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논리 역시 분명하다.
강력한 개혁 구호가 핵심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는 있지만, 그 과정에서 중도층이 거리를 두고 반대세력이 결집한다면 개혁을 실제 제도로 완성하기는 오히려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야당이나 시민운동과 달리 실제 권력을 가진 정부는 주장에 그칠 수 없다. 정책을 통과시키고 제도를 만들고 그 결과에 책임져야 한다.
때문에 대통령의 개혁론은 ‘얼마나 강하게 말하느냐’보다 ‘얼마나 많은 국민의 동의를 얻어 실제 성과를 만들어내느냐’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코어가 중도를 끌고 가나, 중도를 얻어야 개혁이 가능한가
결국 양쪽의 차이를 ‘개혁파와 비개혁파’의 대립으로 보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양쪽 모두 검찰개혁을 비롯한 제도개혁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차이는 개혁의 정치적 동력을 어디에서 만들어낼 것이냐에 있다.
김어준·정청래·조국혁신당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먼저 핵심 지지층의 신뢰와 열정을 회복해야 한다고 본다.
선명한 개혁 → 코어 결집 → 정치적 동력 회복 → 지지기반 확대라는 경로다.
반면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하는 방향은 다르다.
국민적 공감 확대 → 저항과 역결집 최소화 → 실질적인 제도개혁 → 성과를 통한 지지 확대라는 경로에 가깝다.
한쪽은 “코어가 살아야 중도도 움직인다”고 보고, 다른 쪽은 “중도를 잃으면 개혁 자체가 성공하기 어렵다”고 보는 셈이다.
어느 쪽이 더 개혁적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방식이 실제 개혁을 성공시키느냐에 대한 판단의 차이인 것이다.
4. 그러나 이 논쟁은 총선과 대선, 당의 주도권 경쟁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렇다고 이번 논쟁을 순수한 개혁 방법론의 차이로만 보는 것도 현실정치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어떤 노선이 민주당 당원과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느냐는 앞으로 당의 주도권과 직결될 수 있다.
그 연장선에는 2028년 총선의 공천과 그 이후 차기 대통령 후보를 결정하는 과정이 있다.
강한 개혁을 요구하는 당원과 핵심 지지층의 영향력이 커지면 이들의 요구를 대변하는 정치세력의 당내 영향력 역시 커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민생·실용·외연 확장이 당의 중심 노선으로 자리 잡는다면 대통령과 보다 가까운 정치세력이 당의 주도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물론 현재의 노선 차이를 모두 차기 권력을 둘러싼 경쟁으로 해석하는 것은 지나치다. 그러나 어느 노선이 당의 주류가 되느냐가 향후 총선 공천과 차기 대선후보 경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역시 외면하기 어렵다.
결국 지금 범여권에서 시작된 논쟁은 단순히 “개혁을 더 세게 할 것인가, 천천히 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개혁의 힘은 열성적인 코어의 결집에서 나오는가, 아니면 중도까지 포괄하는 넓은 국민적 동의에서 나오는가.
그리고 그 선택은 현재의 국정 지지율뿐 아니라 앞으로 민주당을 누가, 어떤 방향으로 이끌 것인가와도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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