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길ISSUE길 9월 26일 집중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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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이슈 3 · 외교안보 전략

엇박자인가, 전략적 유연성인가

집중이슈 3. 엇박자인가, 전략적 유연성인가

결국 관건은 서로 다른 말이 하나의 전략으로 수렴하느냐다

현재까지 나타난 현상은 세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실제 정책 혼선이다. 북핵과 통일, 평화체제처럼 중요한 외교안보 현안을 놓고 장관들이 공개적으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대통령이 사후에 제동을 거는 장면은 정부 내부의 정책 조정이 충분하지 않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더욱이 이런 차이가 반복되면 미국과 중국, 북한이 한국 정부의 실제 의도가 무엇인지 판단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두 번째는 의도된 역할분담이다. 통일부는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최대한 넓히고, 외교부는 미국·일본 및 국제사회의 우려를 관리하며, 국가안보실은 양쪽을 조정하고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실행 가능한 지점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서로 다른 목소리는 외교적 협상 공간을 넓히기 위한 전략적 유연성의 표현이 된다.

세 번째는 한 단계 더 나아간 해석이다. 이러한 ‘최대 유연성’ 자체가 이재명 정부 외교의 기본전략일 가능성이다. 한미동맹을 유지하면서 중국과의 관계를 복원하고, 한미일 협력을 지속하면서 외교를 다변화하며, 비핵화 원칙을 유지하면서 북한과의 평화공존을 추진한다. 통일이라는 장기적 목표를 유지하면서 현실적으로는 남북 두 체제의 장기적 공존을 받아들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어느 하나를 선택하기보다 가능한 선택지를 최대한 열어두는 외교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한 위험이 있다. 서울에서는 ‘전략적 유연성’이라고 생각하지만 워싱턴에서는 한국의 전략적 방향이 불분명하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 중국에서는 결국 미국 중심의 외교라고 판단할 수 있고, 북한에서는 평화공존을 이야기하면서 결국 비핵화를 요구하는 기존 정책과 무엇이 다른지 의심할 수 있다.

결국 ‘엇박자’와 ‘전략적 유연성’을 구별하는 기준은 서로 다른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아니다. 그 서로 다른 목소리가 실제 정책 결정에서 하나의 방향으로 수렴하고 있는가가 핵심이다.

통일부가 앞서가고 외교부가 현실적 한계를 설정하며 국가안보실과 대통령이 이를 하나의 정책으로 조정한다면 그것은 전략적 역할분담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반대로 부처마다 정책이 달라지고 대통령이 그때마다 사후적으로 수습한다면 ‘최대 유연성’이라는 설명보다는 실제 정책 혼선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릴 것이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 외교안보 정책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왜 서로 다른 말을 하는가”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물어야 한다.

서로 다른 목소리 뒤에서 실제 대한민국의 외교안보 정책은 어디로 움직이고 있는가.

그 방향이 분명해질 때 지금의 현상이 ‘엇박자’인지, 아니면 계산된 ‘전략적 유연성’인지도 비로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