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길ISSUE길 심층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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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3 · 영국·프랑스·동맹·전략적 자율성

영국·프랑스는 군함을 보내고도 왜 전쟁에는 들어가지 않나

미국과 협력하면서도 ‘참전의 선’은 스스로 정한다…각국의 선택이 한국에 던지는 질문
방어상선 보호·기뢰 제거
분리미국의 대이란 공격작전
자율임무·지휘·철수조건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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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요구를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똑같이 움직이지 않는다

한국보다 먼저 호르무즈 문제를 고민한 미국의 동맹국들은 흥미로운 선택을 하고 있다. 미국의 요구를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미국과 똑같이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대표적인 국가가 영국과 프랑스다. 두 나라는 호르무즈해협의 자유항행을 위한 다국적 군사임무를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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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프랑스, 파병과 참전을 분리했다

영국과 프랑스가 설정한 임무에는 중요한 원칙이 있다. 민간 상선을 보호하고 안전한 통항을 지원하며 기뢰를 제거하는 등 방어적 임무에 한정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수행하는 대이란 군사작전과도 구분한다.

영국과 프랑스는 군함과 관련 전력을 중동지역에 전개했지만 이것을 곧바로 대이란 전투 참여로 연결하지 않고 있다. 즉 군사적 기여와 전쟁 참여를 분리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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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도 ‘미국과 함께하되 똑같이 하지는 않는다’

다른 유럽 국가들의 대응도 비슷하다. 독일·네덜란드·벨기에·이탈리아·그리스 등은 기뢰 제거와 상선 보호를 위한 다양한 지원을 검토하거나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국가는 교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곧바로 전투에 참여하기보다 안전한 작전환경과 임무의 제한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일본 역시 호르무즈의 안정에 큰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지만 자위대의 해외 군사활동에 대한 법적·정치적 제약 때문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각국의 선택에는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미국의 동맹이라고 해서 미국과 동일한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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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과 전략적 자율성은 반드시 반대말인가

영국과 프랑스는 미국과의 동맹을 부정하지 않는다. 호르무즈 자유항행에도 참여하고 민간 선박 보호와 기뢰 제거에도 기여한다. 그러나 자국 군대가 무엇을 하고 어디까지 갈 것인지는 스스로 결정한다.

한국의 논쟁은 쉽게 ‘파병해야 한다’와 ‘파병하면 안 된다’로 나뉜다. 그러나 다른 동맹국의 대응을 보면 선택지는 그보다 넓다. 선박 보호와 기뢰 제거 등 방어적 임무에 한정할 수도 있고, 정찰·정보·군수지원에 참여하는 방식도 있다. 군사적 기여를 최소화하면서 외교적 역할을 확대하는 방법도 있다.

결국 파병 여부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어떤 임무를 맡고, 누가 지휘하며, 어디까지 참여하고, 어떤 상황에서는 빠져나올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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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에서 드러나는 새로운 동맹의 문제

호르무즈 문제는 앞으로 한미동맹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중국·중동·우크라이나 등 세계 여러 지역에서 동맹국의 역할 확대를 요구한다면 한국은 계속 같은 질문에 직면할 수 있다.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동맹의 목표일 수는 없다. 그렇다고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는 것 자체가 외교적 자율성인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한국의 국가적 목표가 무엇이며 한미동맹을 그 목표를 위해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다.

영국과 프랑스의 선택은 미국과 협력하면서도 자국이 참여할 범위와 넘지 않을 선을 스스로 설정하는 전략적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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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를 중동이 아니라 한반도에서 본다면

이번 논쟁에서 조금 더 멀리 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궁극적인 목표는 호르무즈에 군함 한 척을 보내느냐 마느냐가 아니다. 한반도에서 전쟁 가능성을 낮추고, 북미대화를 다시 시작하며, 한국이 자신의 안보에 보다 큰 책임을 지는 체제를 만들어가는 것이 훨씬 장기적인 국가적 과제다.

트럼프가 있는 지금이 그 목표에 접근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일 수도 있다. 반대로 트럼프의 요구를 하나씩 받아들이다가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이 줄어드는 시작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호르무즈 문제를 바라보는 질문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호르무즈에서 무엇을 내줄 것인가만 볼 것이 아니라, 한반도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도 함께 봐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국이 감당할 수 있는 비용은 어디까지이며,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어디인가.

호르무즈 파병을 둘러싼 이번 선택은 어쩌면 한국이 앞으로 미국과 어떤 동맹을 만들고, 그 동맹을 한반도의 평화와 국가의 장기적 이익을 위해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묻는 첫 시험대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