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주목한 이슈 · 일본경제·국채금리·엔화
일본 국채금리 2.93%, ‘잃어버린 30년’의 금융질서가 흔들린다
선정 점수
제로금리의 종료는 회복의 증거이자 비용의 시작이다
일본의 10년물 국채금리가 17일 한때 2.93%까지 올라 199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물가와 임금이 오르고 일본은행이 조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채권 매도를 자극했다.
장기간의 초저금리에서 벗어나는 것은 경제가 디플레이션을 탈출한다는 긍정적 신호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일본 경제와 재정, 금융회사의 자산 운용은 낮은 금리가 오래 지속된다는 전제 위에 만들어졌다. 정상화의 속도가 빠르면 그 전제 자체가 흔들린다.
가장 큰 위험은 정부부채의 이자비용
국채금리가 오르면 새로 발행하거나 만기를 연장하는 국채의 이자 부담이 점차 커진다. 일본 정부가 보유한 막대한 부채 전체가 즉시 2.93%로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평균 조달금리는 시간이 갈수록 상승한다.
세입 증가보다 이자비용이 빠르게 늘면 복지·방위·지역재정에 쓸 공간이 줄고, 다시 국채를 더 발행해야 하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 일본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서도 국채시장 불안을 막기 위해 채권을 매입해야 하는 정책 충돌도 커진다.
가계와 기업에는 금리 있는 경제가 돌아온다
주택담보대출과 기업대출 금리가 오르면 가계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가 둔화할 수 있다. 특히 낮은 이자비용으로 버텨온 한계기업은 자금조달이 어려워진다. 반대로 예금자와 보험·연금에는 더 높은 수익률이 돌아오고, 은행의 예대마진이 개선될 수 있다.
따라서 금리 상승을 일본 경제의 위기나 정상화 가운데 하나로만 볼 수 없다. 임금이 물가와 이자를 따라 오르는지, 생산성 낮은 기업의 구조조정이 고용 충격 없이 이뤄지는지가 핵심이다.
한국과 세계시장—엔캐리 자금의 귀환을 봐야 한다
일본 투자자는 낮은 국내 금리 때문에 미국·유럽과 신흥국 채권, 주식에 대규모로 투자해왔다. 일본 국채 수익률이 높아지면 해외자산을 팔고 국내로 돌아오는 유인이 커진다. 엔화를 빌려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엔캐리 거래의 청산도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한국에는 원·엔 환율, 외국인 자금 흐름, 국채금리와 수출 경쟁력으로 충격이 전달된다. 엔화가 강해지면 한국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글로벌 위험자산이 동시에 조정받으면 주식과 환율의 변동성은 커질 수 있다.
ISSUE길의 판단
2.93%라는 숫자는 일본이 즉시 금융위기에 들어갔다는 뜻이 아니다. 하지만 30년 동안 일본과 세계 자금시장을 지탱한 ‘일본의 금리는 거의 오르지 않는다’는 믿음이 깨지고 있다는 의미는 분명하다.
앞으로는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결정만이 아니라 국채 입찰 수요, 정부의 이자비용, 은행·보험사의 해외자산 매각과 엔화 흐름을 함께 봐야 한다. 잃어버린 30년의 끝이 새로운 성장의 시작인지, 부채와 자산가격 조정의 시작인지는 이 과정에서 결정된다.
앞으로 가능한 세 가지 경로
질서 있는 정상화
임금 상승·점진적 BOJ 인상내수와 금융수익이 개선되며 부채비용을 감당한다.
채권시장 충격
입찰 부진·금리 급등재정 우려와 은행·보험의 평가손실이 커진다.
글로벌 자금 회귀
엔 강세·해외채권 매도한국을 포함한 위험자산과 환율 변동성이 확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