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개혁과 시민의 안전 · 실종사건·보완수사권·책임수사
제주 여성 실종사건이 묻는 수사개혁의 다음 단계
제주 사건을 ‘보완수사권 폐지 탓’으로 보는 것은 무리다
제주에서 실종된 30대 여성이 실종 신고 104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더 큰 충격은 담당 경찰관이 실제로 실종자의 안전을 확인하지 않고도 확인한 것처럼 처리해 사건을 종결했다는 의혹이다. 해당 경찰관이 담당했던 실종사건 수백 건에 대해서도 재점검이 시작됐다.
이 사건은 한 경찰관의 일탈을 넘어,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앞둔 새로운 수사체계가 어떤 견제장치를 갖춰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먼저 구분할 것이 있다.
이번 사건은 경찰의 초동 대응과 사건 종결 단계에서 발생했다.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뒤 검사가 수사의 부족한 부분을 다시 조사하는 보완수사와는 단계가 다르다.
따라서 기존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있었다면 이번 사건을 막을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렇다고 검찰개혁과 전혀 관계없는 사건이라고 치부해서도 안 된다.
이번 사건이 보여준 더 근본적인 문제는 수사기관이 잘못된 판단을 내렸을 때 그것을 발견하고 바로잡을 외부의 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수사권을 나누는 것만으로 개혁은 완성되지 않는다
그동안 검찰개혁의 핵심은 검찰에 집중된 수사와 기소 권한을 분리하는 것이었다. 검찰청을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으로 나누고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것도 이러한 방향의 연장선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대신 경찰이 수사의 시작부터 종결까지 사실상 책임지게 된다면 검찰의 권력 집중을 경찰의 권력 집중으로 바꾸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특히 경찰 단계에서 사건이 잘못 종결되면 공소청 검사가 기록을 검토하거나 보완수사를 요구할 기회조차 생기지 않는다.
제주 사건이 드러낸 가장 중요한 제도적 허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핵심은 ‘보완수사권 존폐’보다 책임수사체계다
따라서 논쟁을 다시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유지할 것이냐 폐지할 것이냐의 문제로만 돌리는 것은 생산적이지 않다.
새로운 제도에서는 경찰이 수사를 담당하되 잘못된 수사를 경찰 내부에서만 판단하고 끝낼 수 없도록 만드는 장치가 필요하다.
특히 실종·아동학대·가정폭력·스토킹처럼 생명과 신체에 위험이 예상되는 사건은 담당 경찰관 한 사람의 판단만으로 종결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단순한 상급자 결재를 넘어 실제 연락기록, 위치확인, 가족 확인 등 객관적인 안전확인 자료가 있어야 종결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꿀 필요가 있다.
공소청은 직접 수사보다 ‘수사의 품질’을 통제해야 한다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을 없앤다고 해서 공소청을 경찰이 보내온 사건을 받아 기소 여부만 판단하는 기관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공소청은 직접 수사를 하는 기관이 아니라 경찰 수사의 적법성과 완결성을 검증하는 외부 통제기관으로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수사가 부족하면 구체적인 보완수사를 요구하고, 요구가 반복적으로 이행되지 않거나 부실수사가 확인되면 상급기관이나 다른 수사기관으로 사건을 넘길 수 있는 장치도 필요하다.
다만 제주 사건처럼 아예 경찰 단계에서 종결되는 사건은 공소청에 도달하지 않는다.
그래서 별도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생명·안전 사건에는 ‘긴급 재심사권’을 두자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모든 경찰 종결사건을 다른 기관이 다시 심사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하면 수사 지연과 행정비용이 지나치게 커진다.
대신 생명·신체 위험이 높은 사건에 대해서는 특별한 이중 안전장치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
실종·아동학대·스토킹 등 고위험 사건을 종결할 때는 객관적인 확인자료를 의무화하고, 가족이나 신고자가 경찰의 종결 판단에 이의를 제기하면 상급 경찰기관이나 별도의 심사기구가 즉시 사건을 다시 검토하도록 하는 ‘긴급 재심사제’를 도입할 수 있다.
필요하면 사건을 기존 수사팀이 아닌 다른 수사팀이나 상급기관에 넘기는 제도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수사개혁의 다음 질문은 ‘누가 끝까지 책임지는가’다
제주 여성 실종사건을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없애면 안 된다는 증거”로 사용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하다.
반대로 “경찰관 개인의 일탈일 뿐 검찰개혁과 무관하다”고 보는 것도 충분하지 않다.
이 사건이 던지는 질문은 더 근본적이다.
그동안 수사개혁이 “누가 수사권을 가져야 하는가”를 놓고 싸웠다면 이제는 “수사가 잘못됐을 때 누가 발견하고, 누가 다시 수사하게 하며, 마지막까지 누가 책임질 것인가”를 설계해야 한다.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것만으로 수사개혁이 완성되는 것도 아니고,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되살리는 것만으로 경찰의 부실수사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어떤 수사기관도 자신의 판단만으로 중요한 사건을 묻어버릴 수 없게 만드는 것.
제주 여성 실종사건이 수사개혁에 던지는 가장 중요한 과제는 바로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