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길ISSUE길 심층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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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집중이슈 · 한국 기후적응·국가위험관리·민생

한국은 새로운 기후를 견딜 준비가 돼 있는가

폭염·집중호우·산불·가뭄이 동시에 커진다…기후대응을 환경정책에서 국가 위험관리로 바꿔야
2026~2030제4차 국가 기후적응대책
약 10.5만㏊2025년 대형 산불 피해
국가 위험관리필요한 정책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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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기후를 기준으로 만든 시스템

기후위기는 한국에도 이미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2025년 한국에서는 관측 이래 가장 뜨거운 여름과 시간당 100㎜가 넘는 집중호우, 108년 만의 극심한 가뭄, 역대 최대 규모의 산불 피해가 한 해에 함께 나타났다. 정부도 이를 두고 ‘기후위기의 시대’가 심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앞으로 이런 재난이 더 강해질 가능성이 높은데도 우리의 도시와 산업, 생활 시스템 상당 부분은 여전히 과거의 기후를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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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바꿔야 할 것은 ‘재난의 기준’이다

과거에는 시간당 100㎜가 넘는 비나 장기간의 기록적 폭염을 매우 예외적인 사건으로 봤다.

그러나 예외가 반복된다면 설계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하수관과 저류시설, 제방, 도로와 철도, 산사태 방지시설을 과거 강우량이 아니라 앞으로 예상되는 극한기후를 기준으로 다시 점검해야 한다.

정부 역시 2026~2030년을 대상으로 제4차 국가 기후위기 적응대책을 마련했지만, 중요한 것은 계획 자체보다 실제 도시·지역의 인프라와 예산에 얼마나 반영되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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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은 전력문제이면서 동시에 불평등의 문제다

폭염이 길어질수록 냉방수요는 늘고 전력망의 부담도 커진다.

그러나 에어컨이 있는 가정과 없는 가정, 실내근무자와 건설·배달·농업 등 야외노동자가 받는 피해는 같지 않다.

기후위기는 같은 온도를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하지 않는다.

고령자와 저소득층, 야외노동자, 농어촌 주민처럼 기후변화에 더 취약한 사람이 먼저 피해를 받는다.

따라서 폭염대책도 단순한 폭염경보를 넘어 냉방 취약계층 지원, 노동시간과 휴식 기준, 응급의료와 돌봄체계까지 연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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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과 물가도 기후정책의 중심에 들어와야 한다

기후위기의 충격은 장바구니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폭염과 집중호우, 가뭄이 반복되면 채소·과일·쌀 등 농산물 생산량과 품질이 불안정해지고, 해수온 상승은 수산업에도 영향을 준다.

정부의 국가 기후리스크 목록에도 극한기상에 따른 작물 생산성 변화와 농축수산물 가격 불안정이 주요 위험으로 포함돼 있다.

따라서 기후정책은 환경부만의 정책이 아니다. 농업정책·식량안보·물가정책까지 함께 움직여야 한다.

내열·내건성 품종 개발, 농업용수 관리, 스마트농업, 농작물 재해보험과 함께 수입선 다변화 등 식량 공급망 관리까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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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과 가뭄도 각각 대응해서는 안 된다

2025년 한국의 대형 산불 피해 면적은 약 10만5천㏊로 역대 최대였다. 같은 해 극심한 가뭄과 기록적 폭염도 함께 나타났다.

이것은 앞으로 기후재난을 개별적으로 관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고온·가뭄 → 산림 건조 → 대형 산불 → 토양 훼손 → 집중호우 때 산사태 위험 증가처럼 하나의 재난이 다음 위험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산불·홍수·산사태·가뭄을 담당 부처별로 나눠 관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복합재난을 하나의 위험체계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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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모든 인프라에 ‘미래 기후’를 반영해야 한다

핵심은 새로운 정책을 계속 만드는 것보다 국가 운영의 기준을 기후변화에 맞게 바꾸는 것이다.

도로·철도·댐·하천·하수도·주택·발전소를 건설하거나 보수할 때 과거 기후자료만 사용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새로운 시설뿐 아니라 기존 노후 인프라도 기후위험을 기준으로 다시 평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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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기후적응 투자를 사후복구보다 앞세워야 한다

매년 홍수와 산불 피해가 발생한 뒤 복구비를 투입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

저류시설·산불감시·전력망·폭염쉼터·산사태 예방 같은 사전 투자비용과 재난 뒤 복구비용을 비교하는 국가재정 체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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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부처별 대응을 ‘국가 위험관리’로 통합해야 한다

기후위기는 환경부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국토교통, 에너지, 농업, 복지, 보건, 산업, 재정이 모두 연결된다.

정부가 마련한 기후적응대책도 각 부처 사업을 나열하는 것을 넘어 어떤 위험을 우선적으로 줄일 것인지 국가 차원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체계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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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기후정책의 중심에 사람을 놓아야 한다

피해가 가장 큰 사람부터 보호하지 못하면 기후정책에 대한 사회적 지지를 얻기도 어렵다.

야외노동자·고령층·저소득층·농어민 등 기후취약계층을 명확히 파악하고 주거·냉방·보험·의료·소득보전 정책을 연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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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길의 판단

한국도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계획과 제도를 만들어왔다.

그러나 앞으로의 문제는 대책이 있느냐가 아니라 국가의 실제 투자와 도시·산업의 설계기준이 얼마나 빨리 달라지느냐다.

2025년에 한국이 경험한 폭염·산불·집중호우·가뭄은 서로 다른 네 개의 재난이 아니라 앞으로 반복될 수 있는 하나의 경고로 봐야 한다.

기후위기를 환경정책의 한 분야로 다루는 시대도 끝나가고 있다.

앞으로 기후대응의 핵심은 탄소를 얼마나 줄일 것인가와 함께 이미 달라진 기후 속에서 국민의 삶과 국가의 경제가 얼마나 버틸 수 있도록 만들 것인가에 있다.

기후위기 대응은 이제 환경보호가 아니라 국가의 안전·경제·복지 시스템을 다시 설계하는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