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집중이슈 · 종합부동산세·1주택·실거주 원칙
비거주 1주택 종부세, 대상은 극소수인데 왜 반발은 거센가
전체 1주택자 증세가 아니라 실거주 감세·일부 비거주 증세다
이재명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개편 가운데 비거주 1주택 과세를 둘러싼 반발이 거세다.
정부가 지난 8월 3일 발표한 원안은 1세대 1주택자의 기본공제를 현재 12억원에서 실거주자는 14억원으로 높이고, 비거주자는 9억원으로 낮추는 것이다. 정부는 주택 수보다 가격과 실제 거주 여부를 중심으로 세제를 바꿔 실거주자는 보호하고 비거주·고가주택의 세부담은 정상화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한다.
찬성하는 쪽은 실제 생활하는 집 한 채와 전세를 끼고 매입해 거주하지 않는 투자성 주택을 똑같이 세제상 보호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반대하는 쪽은 전근·취학·해외근무·요양·부모 봉양 등으로 자기 집에 살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데 비거주를 사실상 투기적 보유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지나치다고 반박한다.
양쪽 모두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이번 논쟁에서 더 흥미로운 질문은 따로 있다. 실제로 세금이 증가하는 대상은 매우 제한적인데 왜 반발은 전체 1주택자의 문제처럼 커졌는가.
서울 아파트 100채 중 증세 4채, 감세 15채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장이 제시한 분석은 이번 논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준다.
남 소장은 8월 3일 정부 세제개편안을 서울 아파트에 적용하면 약 4%는 세금이 늘고, 15%는 줄며, 나머지는 변화가 없다고 분석했다.
서울 아파트 100채를 놓고 보면 대략 4채는 증세, 15채는 감세, 81채는 변화가 없는 셈이다.
물론 이 4%가 곧 비거주 1주택자의 비율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 세제개편 전체에 따른 서울 아파트의 세부담 변화 추계다. 그러나 이번 개편을 마치 광범위한 1주택자 증세처럼 받아들이는 것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숫자다.
정부안에서도 실거주 1주택자는 기본공제가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올라간다. 정부는 이에 따라 시가 약 20억원 이하 실거주 1주택자는 종부세 대상에서 빠지고, 시가 20억~30억원 구간도 세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반대로 비거주 1주택자는 공제가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줄어 세부담이 커진다. 예컨대 정부가 제시한 사례에서 공시가격 15억원 주택을 10년 보유한 60세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는 현재 27만6천원에서 2028년 152만원으로 늘어난다.
결국 이번 개편은 전체 1주택자의 일률적인 증세가 아니라 실거주자는 감세하고 일부 비거주·고가주택은 증세하는 구조에 가깝다. 그렇다면 왜 4%의 증세가 15%의 감세보다 훨씬 큰 정치적 논쟁을 만들어내는 것일까.
세금을 더 내는 사람의 목소리는 크다
첫 번째 이유는 세금의 정치적 특성에 있다.
세금이 줄어드는 사람은 혜택을 적극적으로 주장할 이유가 별로 없다. 반면 세금이 늘어나는 사람에게는 직접적인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는 세금을 더 내게 되는 사람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지만 무주택자 등은 상대적으로 침묵하기 때문에 소수의 이해가 정책결정 과정에서 과대대표될 수 있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실제 증세 대상이 적다는 사실과 그들의 반발이 강하다는 사실은 모순되지 않는다. 오히려 혜택은 넓고 얕게 분산되는 반면 부담은 좁고 강하게 집중될수록 부담을 지는 집단의 정치적 목소리는 커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번 종부세 논쟁에서도 바로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납세자는 적어도 ‘잠재적 납세자’는 많다
그러나 반발을 고가주택 소유자의 이해관계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하다.
지금은 자기 집에 살고 있어도 앞으로 전근이나 자녀교육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살 수 있다. 부모를 봉양하거나 해외에서 근무할 수도 있다. 현재 종부세 대상이 아니더라도 집값이 오르면 대상자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사람들은 지금 자신의 세금만 보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앞으로 내 집을 어떤 기준으로 과세할 것인가’를 본다.
실제 증세 대상은 일부지만 자신도 언젠가 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잠재적 납세자의 불안이 반발의 외연을 넓히는 것이다.
‘한 채 가진 사람도 투기꾼인가’라는 강력한 프레임
세 번째는 정치적 메시지의 차이다.
정부의 세제개편을 정확하게 설명하려면 실거주 여부, 기본공제, 공정시장가액비율, 주택가격별 세율 등을 설명해야 한다.
반대론은 훨씬 간단하다. ‘집 한 채밖에 없는데 거기에 살지 않는다는 이유로 투기꾼 취급한다.’
이 주장이 힘을 갖는 이유는 실제 현실에 전근·취학·해외근무·요양 등 불가피한 비거주자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울 아파트의 4%가 증세되고 15%가 감세된다는 복잡한 설명보다 ‘1주택자까지 투기꾼으로 보느냐’는 한 문장이 훨씬 쉽게 확산된다. 결국 실제 정책의 적용 범위보다 정책이 상징하는 의미가 훨씬 크게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부동산시장에는 세액보다 ‘정책 신호’가 중요하다
이번 논쟁에는 더 중요한 측면도 있다.
정부가 비거주 1주택에 상대적으로 높은 세부담을 부과하려는 목적은 단순히 몇 만명에게 세금을 더 걷는 데 있지 않다. 주택을 보유만 하는 것보다 실제 거주하는 것을 세제상 우대하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는 것이다.
이강훈 변호사는 반발이 커졌다는 이유로 정부가 정책을 후퇴시키면 시장에는 강하게 반발하면 부동산 정책을 바꿀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기업 소장 역시 정부의 완화 움직임이 부동산 보유자의 기대와 매물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문제 삼았다.
이 점에서 4%는 단순한 4%가 아니다. 비거주 고가주택의 보유비용을 높여 매도나 실거주 전환을 유도하고 투기적 보유의 기대수익률을 낮추겠다는 것이 정책의 목적이라면 직접 납세자의 숫자보다 시장 참여자 전체가 어떻게 행동을 바꾸느냐가 더 중요할 수 있다.
그렇다고 ‘비거주=투기’는 아니다
정부가 놓쳐서는 안 될 문제도 있다. 비거주와 투기는 동일하지 않다.
10년간 자기 집에서 살다가 전근 때문에 몇 년간 임대한 사람과 전세를 끼고 고가아파트를 매입한 뒤 한 번도 거주하지 않은 사람을 똑같은 비거주자로 취급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그래서 정부도 전근·취학·해외근무·장기 치료와 요양·부모 봉양 등 불가피한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또 다른 함정이 있다.
예외를 계속 늘리면 정책은 무력화된다
반발이 나올 때마다 예외를 추가하는 것도 좋은 해결책은 아니다.
개인의 모든 사정을 세법에 반영하기 시작하면 예외조항은 계속 늘어난다. 납세자는 비거주 사유를 증명해야 하고 국세청은 이를 심사해야 한다. 그만큼 행정비용이 커지고 세제는 복잡해진다.
더 중요한 문제는 조세회피다. 예외가 복잡해질수록 투자 목적으로 주택을 보유한 사람도 자신의 상황을 예외요건에 맞추려는 유인이 생긴다.
한문도 교수도 부동산 세제의 각종 예외조항 때문에 정책 대상자가 빠져나가 세제 강화의 효과가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결국 선의의 비거주자를 모두 보호하려고 예외를 지나치게 확대하면 정작 투기적 보유를 억제하겠다는 정책의 효과가 무력화되는 역설이 발생한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많은 예외가 아니라 누구나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최소한의 명확한 예외다.
4%라고 밀어붙여도, 반발한다고 물러서도 안 된다
이번 논쟁을 ‘정부 대 1주택자’의 대결로 보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서울 아파트 기준으로 증세 대상이 약 4%, 감세 대상이 15%라는 분석이 맞는다면 이번 개편을 전체 1주택자에 대한 ‘세금폭탄’으로 규정하는 것은 과장에 가깝다.
그렇다고 ‘4%밖에 안 되니 문제없다’고 할 수도 없다. 세금은 대상자가 적더라도 합리적인 과세근거가 있어야 한다. 정부는 왜 비거주 여부를 투자적 보유를 구별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지 충분히 설명해야 하고 불가피한 비거주자를 보호할 최소한의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반대로 반발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실거주와 비거주를 다시 동일하게 취급한다면 정부가 처음 내세운 ‘사는 집은 보호하고 투자적 보유에는 그에 맞는 비용을 부과한다’는 정책 원칙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결국 문제는 세금보다 신뢰다
이번 논쟁에서 가장 눈여겨볼 숫자는 4%와 15%다.
전문가 분석대로라면 서울 아파트 가운데 세금이 증가하는 비율보다 감소하는 비율이 몇 배 더 크고, 80% 이상은 별다른 변화가 없다. 그런데 정치적 논쟁에서는 4%의 증세가 15%의 감세보다 훨씬 크게 들린다.
여기에는 직접 이해당사자의 강한 반발, 잠재적 납세자의 불안, ‘한 채 가진 사람도 투기꾼이냐’는 정치적 프레임, 부동산시장의 이해관계가 함께 작용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반발이 크다고 원칙을 포기하는 것도, 대상이 적다고 밀어붙이는 것도 아니다.
실거주 1주택은 분명하게 보호하고 투자적 비거주에는 그에 맞는 부담을 지우되, 전근·해외근무·장기 치료처럼 불가피한 비거주는 객관적이고 단순한 기준으로 보호해야 한다. 예외는 넓게가 아니라 명확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정책의 실제 영향도 더 투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증세 대상이 몇 명이고 감세 대상이 몇 명인지, 평균적으로 세금이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정부가 먼저 보여준다면 과장된 불안과 정치적 프레임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결국 이번 논쟁이 던지는 질문은 이것이다. 서울 아파트의 4%가 더 내고 15%가 덜 내는 세제가 왜 전체 주택시장의 정치적 문제가 되었는가.
답은 세액에만 있지 않다. 부동산을 둘러싼 이해관계와 미래의 불안, 그리고 정부 정책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느냐의 문제다.
극소수에게 직접 부과되는 세금도 정부가 그 원칙과 기준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 모두의 문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