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길ISSUE길 9월 21일 집중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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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이슈 3 · 정당 대표성과 타협

당원이 정당을 지배하면 정당은 누구를 바라보는가

― 당원 주권의 확대와 강성 지지층의 과대대표 사이에서 정당의 대표성을 묻는다

당원 주권의 확대와 강성 지지층의 과대대표 사이에서 정당의 대표성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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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의 권력이 지도부에서 당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 정당정치의 변화는 분명하다. 과거에는 당 지도부와 계파, 대의원 등 소수 정치 엘리트가 지도부와 후보 선출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제는 권리당원과 책임당원의 직접적인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이는 정당 민주주의의 발전이라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정치 유튜브 시대에는 새로운 질문이 필요하다. 당원의 힘이 커졌다면 그 당원의 생각에는 누가 영향을 미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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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이 당원을 움직이는가, 유튜브가 당원을 움직이는가

과거에는 정당이 당원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정당 지도부가 방향을 정하고 당원들이 이를 따라가는 하향식 구조가 강했다. 유튜브는 이 관계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이제 당원은 선호하는 정치 유튜브를 통해 현안을 판단하고 지지·반대 의견을 형성한다. 유튜버가 정당보다 먼저 의제를 제기하고 당원들이 반응한 뒤 정당 지도부가 그 여론을 의식하는 상황도 가능하다. 관계가 정당 → 당원에서 유튜브 ↔ 당원 → 정당으로 바뀌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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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은 국민보다 당원을 먼저 보게 되는가

정치인은 두 개의 선거를 치른다. 하나는 정당 내부의 경선이고 다른 하나는 전체 유권자가 참여하는 본선이다. 본선에서는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함한 전체 유권자의 지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본선에 나가기 위해서는 먼저 당내 경선과 공천을 통과해야 한다.

여기에 정치인의 딜레마가 있다. 전체 유권자가 원하는 정치와 적극당원이 원하는 정치가 다를 경우 누구의 요구를 먼저 따라야 하는가. 특히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적극당원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정치인은 먼 훗날의 본선보다 당장 자신을 후보로 만들어 줄 당원의 반응을 먼저 의식할 유인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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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협하면 ‘배신자’가 되는 정치

민주주의에서 협상과 타협은 불가피하다. 상대 정당과 합의하려면 자신의 주장 일부를 조정해야 하고, 복잡한 정책은 이해관계가 다른 집단의 요구를 절충해야 한다.

그러나 강하게 결집한 지지층이 타협을 원칙의 포기나 배신으로 규정하면 정치인은 협상보다 선명성 경쟁을 선택하게 된다. 상대 진영을 설득하기보다 자기 진영 안에서 의심받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해지면서, 정치인이 상대 정당보다 자기 진영 내부의 비판을 더 두려워하는 역설이 나타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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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크게 들리는 목소리가 가장 많은 국민의 목소리인가

정치 유튜브의 적극 시청자는 전체 유권자와 같지 않다. 적극당원 역시 전체 당원과 같지 않다. 정당의 당원도 전체 정당 지지자와 같지 않으며, 정당 지지자 역시 전체 국민과 동일하지 않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집단의 의견은 정당이 반드시 들어야 한다. 그러나 참여와 조직력이 강하다는 이유만으로 그 의견이 다수 국민의 생각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가장 크게 들리는 목소리가 가장 많은 국민의 목소리인 것은 아니다. 목소리의 크기와 대표성은 같은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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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 주권인가, 강성 지지층의 과대대표인가

그래서 문제의 본질을 ‘1인 1표제의 문제’로 단순화해서는 안 된다. 1인 1표는 당원 사이의 표의 가치를 평등하게 만든다. 그러나 민주주의에는 표의 평등성뿐 아니라 참여의 폭과 대표성도 중요하다.

다양한 성향의 당원이 폭넓게 참여한다면 당원의 권한 확대는 당원 민주주의를 강화할 수 있다. 반대로 정치적으로 가장 적극적이고 조직화된 일부 집단의 참여가 압도적이라면 같은 제도가 그들의 영향력을 상대적으로 크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당원 민주주의’가 확대되는 것인가, 아니면 ‘강성 당원 민주주의’로 기울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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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정당은 누구를 대표해야 하는가

정치 유튜브가 커졌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당원의 권한이 커지는 것 역시 그 자체로 문제라고 할 수 없다. 문제는 두 변화가 결합했을 때다.

유튜브 → 강한 지지층의 결집 → 적극당원 → 당원 중심의 지도부·후보 선출 → 정치인의 당원 여론 의식 → 정당의 노선. 이 연결고리가 강해질수록 정당은 어려운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정당은 누구를 대표해야 하는가. 가장 열성적인 유튜브 시청자인가. 적극적으로 투표하는 당원인가. 자신의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인가. 아니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까지 포함한 전체 국민인가.

정치 유튜브 시대의 문제는 유튜브 자체에 있지 않다. 정치인이 유튜브를 통해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것과 유튜브에서 가장 크게 들리는 목소리에 자신의 정치를 맞추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결국 정치 유튜브 시대에 한국 정당정치가 풀어야 할 과제는 분명하다. 당원의 참여와 권한은 확대하되, 가장 적극적인 일부의 목소리가 정당 전체와 국민 전체의 목소리를 대신하지 않도록 하는 것. ‘당원 민주주의’와 ‘강성 당원 민주주의’를 가르는 경계도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