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조명 1 · 종부세·실거주·주택공급
종부세 한발 물러선 이재명 정부…부동산정책 방향이 바뀌나
비거주 1주택 증세안, 한 달 만에 철회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강화 방안을 한 달 만에 철회하면서 부동산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커지고 있다.
당초 정부는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를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추고 세 부담 상한도 150%에서 200%로 높이기로 했다. 그러나 9월 1일 국무회의에서 기본공제 12억원과 세 부담 상한 150%를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일부에서 ‘정책 후퇴’라는 비판이 나오자 이재명 대통령은 2일 ‘정책 입장을 바꾸는 것은 부정의고 고수하는 것은 무조건 옳은 것이냐’며 반박했다. 이번 논쟁의 핵심은 집을 몇 채 가지고 있느냐, 얼마짜리 집을 가지고 있느냐, 실제 거주하느냐 가운데 무엇을 보유세의 기준으로 삼을 것인가에 있다.
무엇을 바꿨고 무엇을 그대로 두었나
정부가 종부세 개편 전체를 철회한 것은 아니다. 철회한 핵심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추가적인 불이익이다.
비거주에는 해외근무·지방근무·자녀교육·부모봉양·임대차 계약 등 다양한 사정이 있는데, 단순히 거주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사실상 투기성 주택처럼 취급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반론이 커졌다.
앞으로 국회 논의는 실거주 1주택 14억원, 비거주 1주택 12억원의 기본공제를 적용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정부는 2028년부터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세액공제 기준을 보유기간에서 거주기간 중심으로 바꾸는 방안과 초고가 주택 부담 강화는 유지하고 있다.
정부가 철회한 것은 실거주 우대 자체가 아니라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급격한 불이익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왜 한 달 만에 바꿨나
따라서 이번 수정은 정책 실패를 인정한 전면 후퇴라기보다 과도했던 비거주 차등을 완화한 정책조정에 가깝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 ‘비거주=투기’라는 전제가 전근·교육·돌봄 등 현실의 다양한 사정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커졌다.
- 실거주 판정과 예외 인정이 복잡해지면 행정비용과 새로운 형평성 논란이 생길 수 있다.
- 1주택자의 세 부담을 갑자기 높이면 중산층까지 광범위한 부동산 증세로 받아들일 정치적 위험이 있다.
개혁 진영의 반론—정책조정인가, 개혁 후퇴인가
김어준을 비롯한 개혁 성향 논자들은 이번 결정을 단순한 세부 조정으로 보지 않는다. 정부가 당초 내세운 원칙은 ‘실제로 사는 집은 보호하되, 거주하지 않는 고가주택 보유에는 더 많은 책임을 요구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해관계자의 반발이 커지자 한 달 만에 핵심 내용을 철회했다면 시장에는 ‘부동산 보유자의 저항이 커지면 정부 정책도 결국 후퇴한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 첫 반발부터 물러선다는 인상을 주면 초고가 주택 과세나 거주기간 중심 공제 전환에서도 개혁의 원칙과 추진력이 흔들릴 수 있다.
- 공급이 실제 입주로 이어지기까지는 수년이 걸리는데 세제 신호부터 약해지면 고가주택 보유 기대와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
- 정책이 발표 한 달 만에 바뀌면 시장은 추가 완화를 기대하고, 보유자는 매도보다 보유를 선택할 수 있다.
- 집값이 다시 오르면 무주택 청년과 서민의 진입은 더 어려워지고 부동산정책 실패와 자산 불평등 심화라는 정치적 부담이 커진다.
그러나 이번 수정만으로 집값 상승을 단정할 수도 없다
개혁 진영의 경고에는 일리가 있지만 이번에 철회된 비거주 1주택 증세안의 직접 적용 대상은 제한적이다. 주택가격은 금리와 대출규제, 소득, 공급 전망, 유동성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과세기준이 납세자의 실제 사정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면 이를 수정하는 것 자체를 개혁 후퇴라고 볼 수도 없다. 잘못 설계된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일관성은 아니다.
결국 판단 기준은 한 조항의 철회가 아니라, 이후에도 실거주 보호·초고가 부동산 과세·투기수요 억제라는 원칙을 실제 정책으로 유지할 수 있느냐다.
종부세 철학은 아직 바뀌지 않았다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내정자는 ‘거주 중심 주택시장을 정착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향성’이라고 밝혔다. 비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를 9억원으로 낮추는 것은 철회했지만 실거주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구조와 보유공제를 거주공제로 바꾸는 방안은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주택 수에 따른 차등은 줄이고 보유한 부동산의 전체 가격이 높을수록 부담을 늘리는 방향도 제시했다. 이는 종부세를 다주택자 징벌세에서 고액 부동산 보유세로 바꾸려는 시도다.
2기 부동산정책의 더 큰 변화는 ‘세금에서 공급으로’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홍지선 후보자는 주택공급의 설계와 현장 집행을 경험한 관료다. 이형일 후보자도 부동산 시장 안정의 기본 조건으로 주택 공급 확대를 꼽았다.
2기 경제·부동산 라인의 방향은 실거주자를 보호하고 투기적 수요는 억제하되, 세금으로 수요만 누르기보다 실제 공급을 크게 늘리는 데 무게를 두는 것으로 읽힌다.
향후 수도권 신규 공공택지와 3기 신도시, 서울 도심 공급이 실제 착공과 입주로 이어지는지가 이재명 정부 부동산정책의 성패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남는 두 문제—실거주 우대와 공급의 실효성
- 실거주를 일정 부분 우대하되 장기보유와 불가피한 비거주 사유를 객관적이고 단순한 기준으로 함께 인정해야 한다.
- 세금은 투자수익률을 바꿀 수 있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지역에 집을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 정부는 공급지역과 물량뿐 아니라 착공·입주 시점을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 공급성과가 보이기 전에 세제와 금융규제부터 약화하면 시장이 이를 추가 후퇴의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향후 종부세에서 확인할 세 가지
- 실거주 14억원·비거주 12억원이라는 기본공제 차등이 국회에서 유지되는가.
- 2028년 보유기간 공제에서 거주기간 공제로의 전환이 시행되는가.
- 주택 수 중심 종부세를 전체 부동산 가액 중심으로 바꾸는 개편이 실제 입법되는가.
ISSUE길의 판단—정책 수정은 가능하지만 원칙까지 흔들려서는 안 된다
이번 수정을 단순한 부동산 증세 후퇴로 규정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비거주 1주택자의 다양한 사정을 고려해 과도한 차등을 바로잡았다는 정부 설명에도 합리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반발이 커질 때마다 정책을 바꾼다는 인상을 주면 고가주택 보유자는 추가 완화를 기대하고 무주택자는 집값 상승 불안에 빠질 수 있다는 개혁 진영의 우려도 가볍게 볼 수 없다.
가장 합리적인 방향은 주택 수보다 보유가액을 중심으로 과세하되 실제 거주하는 1주택자는 보호하고 초고가 부동산에는 더 높은 부담을 요구하는 것이다.
보유세는 과세형평을 담당하고, 투기수요는 금융·거래규제로 억제하며, 주택가격 안정은 수요가 많은 지역의 지속적인 공급으로 뒷받침하는 역할분담이 필요하다.
이번 종부세 수정은 정책 실패의 확정도, 공급 중심 전환의 성공도 아니다. 불합리한 제도는 고치면서도 부동산 불로소득과 자산 격차를 줄이겠다는 원칙을 지키고 실제 공급성과까지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가르는 첫 번째 시험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