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길ISSUE길 심층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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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집중조명 · 2030·젠더갈등·정치균열

2030 젠더갈등과 용혜인

같은 취업난과 주거불안을 겪는 청년 남녀는 왜 정치적으로 갈라졌나…새로운 정치균열과 용혜인 지명의 의미
22%p20대 남녀 대통령 평가 격차
서로 다른 공정갈등의 핵심 경험
새 균열세대 안의 젠더 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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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세대의 남녀는 왜 정치적으로 갈라졌나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의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지명으로 젠더 문제가 다시 정치의 전면에 등장했다.

이준석 전 개혁신당 대표는 ‘꼴페미 겨우 정리했더니 그걸 왜 또 건드리는가’라며 이번 지명을 이재명 대통령이 ‘복어 독을 들이키는 것’에 비유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도 용 후보자를 ‘혐오와 분열을 자양분 삼아 정치를 해왔다’고 공격했다.

표현은 거칠지만 이 논쟁의 배경에는 분명한 정치적 현실이 있다. 2030, 특히 20대 남성과 여성의 정치적 선택이 크게 갈라져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갤럽의 2026년 3월 월간 통합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20대 남성 37%, 여성 59%로 22%포인트 차이가 났다.

하지만 더 중요한 질문은 같은 시대에 태어나 취업난과 높은 집값, 불확실한 미래를 함께 경험하는 청년 남녀가 왜 정치에서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가이다. 이 차이가 일시적인 페미니즘 논쟁인지, 지역·이념·세대에 이어 한국 정치에 자리 잡는 새로운 정치균열인지도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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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보다 깊은 곳에 있는 ‘서로 다른 불공정’

2030 젠더 갈등을 가장 쉽게 설명하는 방법은 페미니즘이다. 여성은 페미니즘에 우호적이고 남성은 이에 반발하면서 정치적으로 갈라졌다는 것이다. 미투와 불법촬영, 여성 안전 문제와 병역·여성할당제·여성가족부 논쟁이 실제로 젊은 남녀의 정치적 분화를 촉진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아래에는 남성과 여성이 서로 다르게 경험하는 ‘불공정’이 있다.

청년 남성 일부는 취업 경쟁이 극심하고 집을 마련하기 어려우며, 군복무로 사회 진출은 늦어지지만 취업과 주거, 결혼 경쟁에서는 이를 충분히 보상받지 못한다고 느낀다. 자신은 과거 남성 중심 사회의 혜택을 직접 누린 기억이 별로 없는데 여성할당이나 여성우대정책을 접하면 이를 과거 차별에 대한 교정보다 현재 자신에게 가해지는 새로운 불공정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청년 여성의 경험은 다르다. 법과 제도에서는 성평등이 크게 진전됐지만 취업 이후 승진과 임금, 출산·육아에 따른 경력단절, 돌봄 부담, 성폭력과 일상적 안전에서는 여전히 성별에 따른 차이가 존재한다고 느낀다. 이미 출발 조건이 다르다면 이를 교정해야 실제 경쟁도 공정해진다고 본다.

결국 남성 일부가 ‘경쟁 규칙의 공정’을 강조한다면 여성 일부는 ‘경쟁 조건의 공정’을 강조한다. 2030 젠더 갈등은 공정을 원하는 남성과 평등을 원하는 여성의 대립이 아니다. 양쪽 모두 공정을 요구하지만 무엇이 불공정인가에 대한 판단이 서로 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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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남녀가 겪는 불안에는 공통점이 더 많다

2030 남녀가 처한 삶의 조건을 보면 차이보다 공통점이 많다. 좋은 일자리는 부족하고 주거비는 높다. 계층이동 가능성에 대한 기대는 낮아졌고 결혼과 출산의 부담은 커졌다. 부모 세대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확신도 약해졌다.

그런데 이 공동의 불안이 공동의 정치적 요구로 발전하지 않았다. 남성 일부는 병역과 취업·주거의 부담을 이야기하고 여성 일부는 노동시장과 돌봄·안전의 불평등을 이야기한다. 양쪽 모두 자신의 불이익에는 민감하지만 상대방이 경험하는 불이익에는 상대적으로 둔감하다.

결국 같은 불안에서 출발했지만 서로 다른 원인을 지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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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온라인이 ‘불만’을 ‘젠더 정체성’으로 바꿨다

강남역 사건과 미투, 불법촬영 문제 등은 젊은 여성에게 젠더 문제를 중요한 정치적 의제로 만들었다. 반대편에서는 병역과 채용 공정성, 여성할당제와 여성가족부 문제가 젊은 남성의 정치적 의제로 부상했다.

특히 2021~2022년을 거치면서 정치권은 이들을 ‘이대남’과 ‘이대녀’라는 별도의 정치집단으로 호명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도 갈등을 증폭시켰다. 상대 성별의 가장 극단적인 주장과 사례가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일부 급진적 페미니즘이 여성 전체의 생각처럼, 일부 남성 커뮤니티의 여성혐오가 남성 전체의 생각처럼 인식되기 시작했다.

경제적 불안 → 서로 다른 불공정의 경험 → 젠더 정체성 강화 → 정당의 정치적 동원 → 온라인을 통한 상대방의 극단화. 개인의 불만이 정치적 정체성으로 바뀐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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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갈등’ 안에서 다시 갈라진 남녀

한국 정치는 오랫동안 영남과 호남의 지역균열, 보수와 진보의 이념균열, 최근에는 연령에 따른 세대균열이 선거를 좌우해왔다. 그런데 이제 같은 세대 안에서 다시 남녀가 갈라지고 있다.

특히 20대에서 같은 연령의 남성과 여성이 반복적으로 다른 정치적 선택을 한다면 ‘세대 내부의 젠더 균열’이라는 새로운 축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다만 아직 이것을 고정된 균열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지금의 20대 남녀 차이가 40·50대가 된 뒤에도 계속된다면 세대효과일 가능성이 크다. 취업·결혼·출산·주택구입 등을 경험하면서 줄어든다면 생애주기 효과가 중요했다는 의미다. 정당과 정치인이 젠더 문제를 강하게 제기할 때 커지고 경제·부동산·외교 등 다른 문제가 부각될 때 줄어든다면 정치적 동원 효과가 크게 작용하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세 가지가 함께 작용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20대 남성=보수, 20대 여성=진보’라고 고정해 버리는 것은 위험하다. 정치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이 균열은 더 깊어질 수도, 약해질 수도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용혜인 지명이 중요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