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길ISSUE길 9월 18일 집중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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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이슈 2 · 미·중 경쟁과 중견국 전략

미국의 힘은 여전하지만 세계는 달라졌다

― 미·중 경쟁과 중견국의 전략 변화…한국의 선택지는 어디까지 넓어졌나

미·중 경쟁과 중견국의 전략 변화…한국의 선택지는 어디까지 넓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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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 달라진 것이 아니다.

한국이 성장하는 동안 한국을 둘러싼 국제질서도 크게 변했다.

냉전이 끝난 뒤 한동안 세계질서의 중심은 분명했다. 미국은 군사력과 경제력, 달러와 첨단기술, 세계적인 동맹망을 동시에 가진 사실상 유일한 초강대국이었다.

한국도 이런 미국 중심의 안보질서와 자유무역 체제 안에서 성장했다.

안보는 한미동맹에 크게 의존하고, 경제는 미국이 주도한 세계시장과 중국의 성장이라는 기회를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인 전략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부상과 미·중 경쟁의 장기화로 이 공식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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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여전히 가장 강하다. 그러나 과거와 같은 압도적 우위는 아니다

Lowy Institute의 2025년 Asia Power Index에서 미국은 종합국력 80.5점으로 1위, 중국은 73.7점으로 2위다.

그 뒤를 인도 40.0점, 일본 38.8점이 따르고 호주는 31.8점, 한국은 31.5점이다.

미국은 여전히 아시아에서 가장 강한 국가다.

따라서 미국의 영향력이 없어지고 있다거나 곧 중국이 미국을 대체할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것이다.

미국에는 세계 최고의 군사력과 달러, 첨단기술, 금융시장, 그리고 일본·한국·호주·유럽에 이르는 강력한 동맹망이 있다.

하지만 중국의 경제력과 제조업 기반, 군사력과 외교적 영향력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현재의 변화를 정확히 표현하면 ‘미국이 사라지는 시대’가 아니라 ‘미국 하나만 바라보고 국가전략을 만들기 어려운 시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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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변화는 경제와 안보가 하나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중 경쟁은 과거의 강대국 경쟁과도 다르다.

군함과 미사일 숫자만을 놓고 싸우는 것이 아니다.

반도체와 AI, 배터리와 희토류, 조선과 통신망, 원전과 공급망까지 국가안보의 일부가 됐다.

관세도 단순한 통상정책으로만 보기 어려워졌다. 자국 내 생산과 투자, 기술통제, 공급망 재편과 서로 연결된다.

한국 입장에서는 이것이 매우 중요한 변화다.

과거에는 흔히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표현으로 한국의 현실을 설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반도체 공장을 어느 나라에 지을 것인지, 중국 공장에 어떤 첨단장비를 공급할 수 있는지, 배터리 원료를 어디에서 가져올 것인지까지 안보와 외교 문제가 된다.

안보와 경제를 깔끔하게 분리하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진 것이다.

따라서 문제도 더 이상 단순히 ‘미국과 중국 가운데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가 아니다.

각 사안마다 무엇은 협력하고, 무엇은 지키며, 어디에서 거리를 둘 것인지를 판단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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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동맹을 강화하면서 스스로 사용할 수 있는 힘도 키운다

비슷한 환경에 놓인 나라들은 이미 대응 전략을 바꾸고 있다.

대표적인 국가가 일본이다.

일본은 미국과의 동맹을 약화시키기보다 강화하고 있다. 동시에 자체 방위력도 크게 높이고 있다.

일본의 2026년도 방위력 정비 관련 예산은 8조8,093억 엔으로 전년보다 3.9% 증가했다. 장거리 스탠드오프 방위능력과 무인 전력 등 자체 군사능력의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일본은 ‘동맹을 강화한다’와 ‘자기 힘을 키운다’를 반대되는 선택으로 보지 않는다.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일본이 독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과 선택지를 함께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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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는 더 흥미로운 비교 대상이다

한국과 체급이 거의 비슷한 호주의 선택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Lowy 평가에서 호주는 종합국력 31.8점으로 6위, 한국은 31.5점으로 7위다. 사실상 비슷한 수준이다.

호주는 미국·영국과 AUKUS를 통해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2026년 국가방위전략에서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더 큰 자립능력(self-reliance)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자국 방위산업 기반을 강화하고 국제적인 산업·공급망 파트너도 더욱 다양화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동맹을 버리고 독자노선을 걷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미국 하나에 모든 선택을 맡기지 않도록 자신의 능력과 선택지를 늘리는 전략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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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국 외교의 핵심은 ‘선택지를 늘리는 것’

일본과 호주의 전략은 같지 않다.

한국 역시 그대로 따라 할 수 없다. 한반도에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라는 다른 국가에는 없는 특별한 안보조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나라의 움직임에는 공통점이 있다.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공간을 넓히려 한다는 것이다.

동맹을 유지하되 자체적인 군사력을 키우고, 한 국가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도록 공급망을 다변화하며, 여러 국가와 협력망을 만들어 외교적 선택지를 넓힌다.

국제질서가 불안정해질수록 중견국에 중요한 것은 어느 한 강대국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어느 한 강대국도 자신의 선택을 전부 결정할 수 없도록 만드는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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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가진 힘을 얼마나 외교력으로 바꾸고 있는가

여기에서 한국에 대한 질문이 시작된다.

Lowy Institute 평가에서 한국은 경제역량과 군사역량이 각각 아시아 5위, 방위 네트워크는 4위다. 그러나 외교적 영향력은 6위이며 2025년에는 한 계단 하락했다. Lowy는 전문가들이 평가한 한국 외교정책의 효율성 인식 저하가 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동시에 한국은 보유한 자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로도 평가됐다.

이 지표 하나로 한국 외교 전체를 평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한국은 가진 힘을 실제 외교적 영향력과 협상력으로 충분히 바꾸고 있는가.

한국에는 미국이 필요로 하는 반도체가 있다. 배터리와 조선소가 있고 원전 건설능력과 방산 생산능력도 있다.

중국 역시 한국의 기술과 시장, 산업을 가볍게 볼 수 없다.

한국을 미·중 사이에서 어느 한쪽의 선택을 기다리는 작은 나라로만 보는 시각은 이제 한국의 실제 국력과 맞지 않는다.

문제는 그 힘이 있다는 사실보다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이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더 어려운 질문으로 이어진다.

한국의 외교전략과 외교 엘리트, 그리고 정부의 의사결정 체계는 높아진 한국의 국력을 실제 협상력으로 바꿀 준비가 돼 있는가.

집중이슈 3로 이어집니다

높아진 국력, 한국 외교는 따라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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