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길ISSUE길 9월 9일 심층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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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1 · 경제성장·가계소득·생활경제

경제는 성장한다는데, 왜 내 삶은 더 팍팍해지나

GDP는 오르는데 월급은 제자리…성장의 과실은 어디로 갔나
3.2%KDI 2026년 성장률 전망
0.8%2분기 근로소득 명목 증가율
2.7%KDI 소비자물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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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는 오르는데 월급은 제자리

한국 경제는 분명 성장하고 있다. KDI는 2026년 한국 경제가 3.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은 8.7%, 설비투자는 7.9%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호황이 성장을 강하게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민이 느끼는 경기는 사뭇 다르다. 국가데이터처의 2026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29만5천원으로 전년보다 4.5% 증가했고, 물가를 감안한 실질소득도 1.5% 늘었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다른 모습이 보인다.

근로소득은 명목 기준 0.8%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이전소득은 20.4% 증가했다. 전체 가계소득은 늘었지만 국민이 일을 해서 벌어들이는 소득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한 셈이다.

KDI도 최근 경제전망에서 실질임금 상승률이 낮은 수준에 머물면서 경제성장의 성과가 다수 가계의 소득 개선으로 폭넓게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경제는 성장하는데 왜 월급은 따라가지 못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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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곳과 사람들이 일하는 곳이 달라졌다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은 성장의 구조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경기 개선을 주도하는 반도체 등 IT산업은 자본집약도가 높고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낮은 반면, 생산과 고용 유발효과가 상대적으로 큰 비IT산업은 부진하다고 분석했다.

과거 한국 경제에서는 수출 증가가 국내 생산과 고용, 임금 상승,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경로가 비교적 분명했다. 수출기업이 잘되면 협력업체가 바빠지고 사람을 더 고용했다. 늘어난 월급은 음식점과 상점으로 흘러가면서 다시 내수를 움직였다.

그런데 최근에는 반도체 수출 증가가 기업이익·설비투자·GDP 증가로 이어지는 속도에 비해 고용 증가와 임금 상승, 가계소득과 소비 증가로 넘어가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

KDI 역시 높은 성장률에도 고용여건이 뚜렷하게 개선되지 않는 중요한 이유로 고용 유발효과가 낮은 반도체 관련 부문에 경제성장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결국 문제는 한국 경제가 성장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산업과 국민 다수가 월급을 받는 산업 사이의 거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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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는 있는데 ‘소득을 늘리는 일자리’가 부족하다

고용통계도 숫자만 봐서는 이런 변화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보건·복지와 고령층을 중심으로 취업자가 증가하면서 전체 취업자 수는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건설업과 일부 제조업의 고용이 부진하고 청년층의 고용여건이 악화된다면 국민이 체감하는 고용상황은 전혀 다를 수 있다.

KDI 역시 최근 건설업과 비반도체 제조업의 고용 감소, 서비스업 고용 증가세 둔화와 함께 청년층의 고용여건 악화를 지적하고 있다.

청년의 좋은 일자리 부족은 단순한 취업 문제가 아니다. 취업과 임금은 주거와 소비, 결혼과 출산까지 연결된다. 결국 경제 전체의 내수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이제는 취업자가 몇 명 늘었는가뿐 아니라 어떤 일자리가 늘었고 그 일자리에서 얼마를 벌고 있는가를 함께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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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은 조금 올랐는데 생활비는 더 많이 올랐다

여기에 물가가 겹친다. KDI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7%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유가와 환율 상승 등이 수입물가를 통해 국내 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근로소득 증가율이 0.8%에 불과한 상황에서 물가가 이보다 빠르게 오른다면 근로소득의 실질적인 구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국민이 매일 체감하는 것은 전체 소비자물가 평균만이 아니다. 식료품·외식비·주거비·에너지·교통비·교육비처럼 줄이기 어려운 필수지출이다. 여기에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의 이자 부담까지 더해진다.

따라서 월급이 조금 올라도 실제 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돈은 오히려 줄었다고 느낄 수 있다. 경제성장의 성과가 임금으로 전달되는 힘은 약해졌는데 생활비와 고정비 부담은 커진 것. 이것이 ‘경제는 성장한다는데 왜 내 삶은 더 팍팍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중요한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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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무엇을 바꿔야 하나

단순히 성장률을 더 높이는 것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핵심은 성장을 국민의 근로소득으로 연결하는 통로를 다시 만드는 것이다.

첫째, 중소기업과 서비스업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국민 다수는 반도체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과 서비스업에서 일한다. 이들 기업의 생산성이 낮은 상태에서는 지속적으로 높은 임금을 지급하기 어렵다. AI·자동화·디지털 전환과 설비투자를 중소기업과 서비스업까지 확산해 생산성 향상, 기업 수익 증가,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 사람을 많이 고용하면서 생산성도 높일 수 있는 산업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워야 한다. 관광·콘텐츠·의료·전문서비스와 중소 제조업 등에서 생산성을 높이고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이 필요하다. 반도체가 아무리 잘돼도 하나의 산업이 한국 국민 전체의 일자리를 책임질 수는 없다.

셋째, 청년의 좋은 일자리를 경제정책의 핵심 성적표로 삼아야 한다. 전체 취업자 수와 실업률만으로 고용정책을 평가할 것이 아니라 청년고용률, 상용직 증가, 실질임금 증가율 등을 성장률과 함께 관리할 필요가 있다.

넷째, 단기적으로는 필수생활비와 고정비 부담을 낮춰 가계의 실질구매력을 지켜야 한다. 식료품·에너지·주거·교통비처럼 가계가 피하기 어려운 지출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높은 이자와 주거비가 가처분소득을 지나치게 잠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결국 경제정책의 성적표도 달라져야 한다. GDP 성장률뿐 아니라 실질임금·가처분소득·청년고용·주거비·이자부담·소득계층별 소비여력까지 함께 봐야 한다. 경제성장의 최종 목적은 성장률 숫자 자체가 아니라 그 성장이 국민의 생활수준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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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반도체 호황이 문제인가

여기서 한 가지 오해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반도체 성장을 줄여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의 반도체 호황은 한국 경제가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기회다.

최근 한국은행의 실증분석은 흥미로운 사실을 보여준다. 이천·화성·청주 등 반도체 종사자가 많은 지역에서는 대규모 성과급 지급 이후 소비가 다른 지역보다 최대 약 4% 높아졌고, 한국은행은 2025~2026년 누적 소비 증가 효과를 약 1조7천억원으로 추산했다.

반도체 호황의 돈이 내수로 전혀 흘러가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질문은 달라진다. 반도체 호황의 효과가 일부 기업과 지역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면, 이를 어떻게 중소기업·서비스업·지역경제와 더 많은 일자리로 확산시킬 것인가. 이 문제를 집중분석 2에서 살펴본다.

집중분석 2로 이어집니다

반도체는 날아가는데, 왜 내수와 일자리는 아직 차가운가

반도체 성과급의 소비 효과를 출발점으로 호황의 혜택을 산업과 지역 전체로 넓힐 방법을 살펴봅니다.

집중분석 2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