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이슈 1 · 트럼프식 동맹 협상·호르무즈
트럼프의 요구,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하나
관세·투자 이어 호르무즈 파병까지…영·불과 일본은 왜 다른 길을 택했나
1. “왜 미국만 지켜야 하나” — 호르무즈에서도 반복된 트럼프의 논리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문제에서 동맹국들에 요구하는 논리는 비교적 분명하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와 물류의 혜택을 미국만 누리는 것이 아닌데, 왜 미국만 군사적 비용과 위험을 부담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을 비롯해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에 경제적 이해관계를 가진 국가들도 그에 상응하는 비용과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 트럼프식 논리의 핵심이다.
문제는 이것이 호르무즈에서 갑자기 등장한 요구가 아니라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대미투자, 방위비, 동맹국의 국방비 증액 문제에서도 비슷한 접근법을 보여왔다.
동맹을 가치와 안보를 공유하는 공동체로 보는 동시에, 미국이 제공하는 시장과 안보에 대해 동맹국도 가시적인 대가를 부담해야 하는 관계로 보는 것이다.
2. 관세·투자·방위비…분야가 달라도 요구의 방식은 비슷했다
트럼프식 협상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 가운데 하나는 처음부터 높은 수준의 요구를 제시한다는 것이다.
높은 최초 요구를 공개적으로 제시하고 상대국을 압박한 뒤 협상을 통해 일부를 조정하더라도 미국이 얻어낸 결과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방식이다.
한미 통상협상에서도 한국은 대규모 대미투자를 약속하고 미국은 한국에 적용될 관세 수준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타협점을 찾았다. 다만 세부적인 투자 방식과 부담의 범위는 이후에도 계속 협상 대상이 됐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관세·투자 협상과 호르무즈 파병 요구를 직접적인 교환조건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미국이 공식적으로 ‘투자를 했으니 파병하라’거나 ‘파병하면 경제적 혜택을 주겠다’고 연결했다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의 입장에서는 서로 다른 분야에서 미국의 요구가 계속 이어질 경우 한 가지 질문을 피하기 어렵다.
한 번의 양보는 다음 협상에서 한국의 자산이 되는가. 아니면 하나의 협상이 끝날 때마다 새로운 요구와 새로운 협상이 다시 시작되는가.
3. 하나를 양보하면 다음 협상에서 ‘크레디트’가 되는가
동맹 협상에서는 상대국이 과거에 얼마나 기여했는지가 다음 협상에서 고려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자동적으로 다음 요구를 줄여주는 것은 아니다.
통상은 통상대로, 방위비는 방위비대로, 국방비는 국방비대로, 호르무즈는 호르무즈대로 별개의 협상으로 다뤄질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한국이 판단해야 할 핵심은 단순히 ‘미국의 요구를 들어줄 것인가’가 아니다.
이번 선택이 향후 한미 협상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미국이 한국의 기여를 어떤 방식으로 인정할 것인지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4. 그렇다고 트럼프의 최초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도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한 요구를 제시한다고 해서 최초 요구가 곧 최종 합의가 되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식 협상의 또 다른 특징은 처음에는 높은 요구를 제시하지만 실제 협상 과정에서는 상대국의 정치·법률·군사적 한계에 따라 내용과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요구를 받을 것인가 거부할 것인가의 이분법보다 요구의 목적을 파악하고 한국이 감당할 수 있는 다른 방식을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 있느냐이다.
5. 영·불과 일본이 중요한 이유 — 모두 ‘YES’라고 하지 않았다
영국과 프랑스, 일본의 대응은 이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영국과 프랑스는 호르무즈 항행안전이라는 목표 자체를 부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이 수행하는 군사작전과 자신들의 임무를 구분하려 했다.
일본 역시 호르무즈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자위대의 활동 범위를 국내 법률과 안보법제의 한계 안에서 검토했다.
세 나라 모두 미국의 요구를 무시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최초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도 아니다.
6. 결국 호르무즈는 ‘파병 문제’인 동시에 ‘트럼프와의 협상 문제’다
한국이 판단해야 할 것은 군함이나 항공기를 보낼 것인가의 문제만이 아니다.
미국의 요구를 어느 수준까지 수용하고, 어떤 요구에는 대안을 제시하며, 한국이 이미 부담한 비용과 기여를 다음 협상에서 어떻게 자산으로 만들 것인가라는 보다 큰 문제가 함께 놓여 있다.
따라서 호르무즈 문제는 파병 찬반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동맹 협상에서 한국이 어디까지 수용하고 어디에서 조건을 다시 설계할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영·불은 조건을 바꾸고 일본은 법으로 선을 그었다
트럼프의 요구를 받은 핵심 동맹국들의 대응을 비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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