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길ISSUE길 9월 30일 집중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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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이슈 3 · 오늘의 집중이슈

유시민의 말은 약인가, 독인가

유시민 작가의 말이 다시 정치권을 흔들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중도 확장 전략을 비판했던 ‘재건축론’에서 시작해 ‘뉴이재명’, 검찰개혁 문제를 거쳐 최근에는 “대통령이 국민을 속였다”는 표현까지 나왔다. 대통령실이 직접 반박하고 민주당 지도부가 공개적으로 유감을 나타낼 정도로 파장이 커졌다.

유시민은 현재 국회의원도, 민주당 지도부도 아니다. 정부에서 어떤 공식 직책을 맡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그의 말 한마디에 대통령실이 반응하고 여당 정치인들이 찬반으로 갈린다.

바로 이 점이 흥미롭다.

대통령에게 듣기 싫은 말을 해주는 영향력 있는 내부 비판자는 권력의 독주를 막는 ‘약’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영향력이 커져 대통령의 정책뿐 아니라 진정성과 신뢰까지 좌우하기 시작한다면 국정운영에는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유시민의 말은 지금 이재명 정부에 약인가, 독인가.

1. 유시민은 왜 다시 대통령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나

최근 몇 달간 유시민의 발언을 연결해보면 하나의 흐름이 보인다.

출발점은 이재명 대통령의 중도 확장 전략이었다.

유시민은 지난 6월 이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원한 것은 민주당을 완전히 바꾸는 ‘재건축’이 아니라 기존 민주당을 기반으로 지지층을 넓히는 ‘증축’이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 대통령이 집권 이후 중도·보수층까지 끌어들이려는 과정에서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든 기존 지지층의 요구와 민주당의 정체성을 지나치게 바꾸고 있다는 문제 제기였다.

이후 발언의 수위는 점차 높아졌다.

유시민은 이 대통령의 정치적 선택을 ‘위험한 선택’으로 평가하고 현재 방식의 외연 확장이 결국 실패할 수 있다는 취지의 전망을 내놓았다. 검찰개혁 문제에서는 수사·기소 분리 등 지지층이 기대했던 개혁과 대통령이 추진하는 개혁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한 단계 더 나아갔다.

검찰개혁과 관련해 이 대통령이 생각했던 개혁이 민주당과 지지층이 생각했던 개혁과 달랐다면서 “대통령이 지금까지 국민을 속인 것”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대통령의 검찰개혁 의지를 사실과 다르게 왜곡하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했다.

개별 사안은 달라도 유시민이 던지는 메시지는 비교적 일관돼 있다.

중도·보수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외연 확장이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든 핵심 지지층의 요구와 개혁 의제를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2. 유시민의 말은 왜 이렇게 힘이 센가

여기서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유시민은 현재 어떤 공식적인 정치권력도 갖고 있지 않다. 정부 정책을 결정할 권한도, 민주당의 당론을 결정할 권한도 없다.

그런데도 그의 발언은 정치적 사건이 된다.

그 힘의 첫 번째 원천은 오랫동안 축적된 정치적 상징성과 신뢰다.

유시민은 참여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고 정치인과 작가, 방송인으로 활동하면서 민주·진보 진영에서 오랫동안 영향력을 쌓아왔다. 따라서 그의 발언은 일반적인 정치평론가의 논평보다 지지층 내부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두 번째는 달라진 미디어 환경이다.

과거 정치인의 발언은 신문과 방송을 거쳐 국민에게 전달됐다. 지금은 다르다. 유튜브를 통해 수십만 명에게 직접 전달되고, 다시 쇼츠와 커뮤니티, SNS를 통해 짧고 강한 문장으로 재생산된다.

여기에 팬덤 정치가 결합한다.

자신이 신뢰하는 정치인이나 논객의 판단을 하나의 의견이 아니라 정치적 판단의 기준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말’ 자체가 정치권력이 된다.

유시민의 영향력은 바로 이 지점에서 과거와 다른 성격을 갖는다.

공식적인 권력은 없지만 현실 정치를 움직일 수 있는 ‘말의 권력’이 생긴 것이다.

3. 누가 그의 말에 호응하나 | 유시민 개인보다 중요한 여권 내부의 균열

유시민의 발언을 단순히 ‘유시민 대 이재명’이라는 개인적 갈등으로 보는 것도 충분하지 않다.

그의 주장이 정치적 파장을 갖는 이유는 여권 내부에 이미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쪽에는 이재명 정부가 집권 이후 중도와 보수층까지 포괄해 보다 넓은 국정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반대편에는 그렇게 외연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검찰개혁을 비롯한 핵심 개혁 의제가 약화되고 민주당의 정체성까지 흐려져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있다.

유시민의 발언은 후자의 문제의식을 강한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따라서 유시민이 새로운 갈등을 만들어낸다고만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여권 내부에 이미 존재하는 균열에 언어와 논리를 제공하고 있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한마디가 정치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다.

4. 약인가 | 대통령에게 듣기 싫은 말을 해주는 내부 비판자

그렇다면 유시민의 발언은 이재명 정부에 해롭기만 한 것일까.

그렇게 단순하게 볼 수는 없다.

권력에는 본질적으로 자신에게 듣기 좋은 이야기만 모이는 속성이 있다. 특히 대통령의 권력이 강해질수록 참모와 여당 정치인들이 대통령의 판단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이때 영향력 있는 내부 비판자의 존재는 의미가 있다.

정부가 핵심 지지층의 요구에서 지나치게 멀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검찰개혁 등 주요 공약이 당초 약속과 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공개적으로 질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유시민의 비판이 없었다면 정부가 설명하지 않아도 됐을 문제를 대통령실과 민주당이 설명하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

그런 점에서 그의 말은 권력 내부의 집단사고를 막는 ‘쓴 약’이 될 수 있다.

정부를 지지한다는 이유로 모든 정책을 옹호하는 것보다 같은 정치적 기반을 공유하는 사람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오히려 정부의 장기적인 성공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민주주의에서 내부 비판이 필요한 이유다.

5. 독인가 | 정책 비판을 넘어 대통령에 대한 신뢰까지 흔든다면

그러나 여기에는 반대편도 있다.

“정부의 정책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과 “대통령이 국민을 속였다”고 말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같은 효과를 갖지 않는다.

전자는 정책에 대한 비판이다.

후자는 대통령의 의도와 신뢰성에 대한 판단이다.

특히 그 말을 하는 사람이 핵심 지지층에서 상당한 신뢰를 받고 있다면 영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야당이 대통령을 공격하면 여권 지지층은 오히려 결집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들이 오랫동안 신뢰해온 진영 내부 인사가 대통령의 진정성을 의심하기 시작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에서 “대통령을 믿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이 반복되면 대통령은 야당과 싸우는 동시에 자신의 핵심 지지층까지 끊임없이 설득해야 한다.

중도층을 확보하기 위해 오른쪽으로 한 걸음 움직이면 핵심 지지층에서 비판이 나오고, 핵심 지지층을 달래기 위해 다시 돌아가면 중도 확장의 공간이 줄어드는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다.

내부 비판이 정책을 바로잡는 수준을 넘어 대통령의 정치적 신뢰 자체를 흔드는 힘으로 작용한다면 국정동력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비판을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비판의 내용과 방식이다.

6. 유시민은 무엇을 바꾸려 하는가

그렇다면 유시민은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숨겨진 정치적 의도를 추측할 필요는 없다. 최근 몇 달간 그의 공개 발언을 연결해보면 그가 요구하는 방향은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

첫째, 검찰개혁을 비롯한 기존 개혁 의제가 중도 확장을 이유로 후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둘째, 이재명 대통령이 집권 이후 민주당과 핵심 지지층의 요구에서 지나치게 멀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셋째, 외연을 확장하더라도 기존 지지 기반을 약화시키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결국 유시민이 이재명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보다 선명한 개혁 노선에 가깝다.

그것이 실제 이재명 정부의 성공에 도움이 될지는 별개의 문제다.

핵심 지지층을 먼저 단단히 결집시킨 뒤 외연을 확대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집권 초기부터 중도·보수층까지 포괄해 국정 기반 자체를 넓히는 것이 효과적인지는 정치전략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시민의 주장이 옳으냐 틀리냐를 단정하기보다 그가 대통령을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려 하는지는 분명히 볼 필요가 있다.

7. 더 큰 질문 | ‘말의 권력’은 커졌는데 책임은 누가 지나

그러나 유시민 논쟁에서 더 중요하게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이것은 유시민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유튜브와 팬덤 정치가 성장하면서 한국 정치에는 과거와 다른 종류의 권력이 등장했다.

대통령은 선거를 통해 권력을 얻고 다음 선거와 여론을 통해 평가받는다. 국회의원 역시 선거에서 책임을 진다. 정당 지도부는 당원과 당내 절차의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지금은 선거에 출마하지 않고 공식적인 직책도 갖지 않으면서 수십만·수백만 명의 정치적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는다.

유시민 같은 영향력 있는 논객도 있고 대형 정치 유튜버도 있다. 이들이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거나 공격하면 팬덤이 움직이고, 정치인은 그 반응을 의식한다. 때로는 정당의 공천과 지도부 선거, 정책 방향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것은 민주주의가 과거에는 충분히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정치권력이다.

문제는 이들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 자체가 아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누구나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말할 자유가 있고, 많은 사람이 그 의견에 공감한다고 해서 그것을 제한할 이유도 없다.

진짜 문제는 영향력과 책임 사이의 불균형이다.

정치인은 자신의 판단이 잘못되면 선거에서 책임을 질 수 있다.

그렇다면 수많은 사람의 정치적 판단을 움직이는 영향력 있는 스피커가 잘못된 사실을 말하거나 잘못된 판단을 내렸을 때는 어떻게 되는가.

대부분 다음 방송에서 또 다른 이야기를 하면 그만이다.

그래서 유튜브와 팬덤 정치 시대에는 새로운 질문이 필요하다.

말할 자유가 있는 것과 그 말이 정치권력이 되는 것은 같은 문제인가.

어떻게 보아야 하나 | 유시민의 말은 약인가, 독인가

결국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온다.

유시민의 말은 이재명 정부에 약인가, 독인가.

대통령에게 듣기 싫은 말을 해주는 내부 비판자는 민주주의의 약이 될 수 있다. 권력 내부의 집단사고를 막고 핵심 지지층의 불만을 전달하며 정부가 정책을 다시 점검하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향력 있는 한 사람의 판단이 지지층의 판단을 대신하고, 정책에 대한 비판이 대통령의 진정성과 신뢰에 대한 단정으로 넘어가기 시작한다면 그 말은 국정운영에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법이 유시민에게 말을 줄이라고 요구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반대다.

유시민도 자유롭게 말하고, 다른 사람도 자유롭게 반박하고, 정부 역시 사실과 정책으로 설명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시민의 태도다.

자신이 좋아하고 신뢰하는 사람이 하는 말이라도 하나의 주장으로 놓고 사실인지, 해석인지, 전망인지 구분해서 판단해야 한다.

유튜브와 팬덤 정치 시대에 ‘말의 권력’은 이미 현실의 정치권력이 되고 있다. 문제는 그 권력을 없앨 것인가가 아니다. 선거도 임기도 없는 이 새로운 권력을 어떻게 검증하고 견제하며, 그 말이 가져온 결과에 대한 책임은 어떻게 물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어쩌면 유시민 논란이 던지는 더 중요한 질문은 유시민이 옳으냐, 이재명 대통령이 옳으냐가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는 언제부터 자신의 정치적 판단을 자신이 신뢰하는 ‘스피커’에게 맡기기 시작했는가.

그 질문은 유시민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

지금의 한국 정치 전체가 답해야 할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