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길ISSUE길 9월 30일 집중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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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이슈 2 · 오늘의 집중이슈

「암살자(들)」 역사왜곡 논란, 영화의 정치화는 어디까지 가야 하나

영화 한 편을 둘러싼 논쟁이 영화관을 넘어 정치권과 온라인 공간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에서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개봉 이후 흥행에 성공했지만 영화가 당시 사건을 다루는 방식을 놓고 ‘역사왜곡’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논란의 성격이 크게 달라졌다.

처음에는 실제 역사와 영화적 상상력의 경계를 둘러싼 논쟁이었다. 그러나 정치권이 가세하면서 상영 중단과 불매운동, 감독의 국정감사 출석 요구까지 등장했다. 논란은 다시 영화를 평가한 평론가와 추천한 배우, 영화를 소개한 유튜버에게까지 번지고 있다.

이쯤 되면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암살자(들)」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영화인가라는 질문도 중요하지만, 한 편의 영화에 대한 논쟁이 정치적 진영 대결로 확대되고, 그 영화를 평가하고 소개하는 사람에게까지 정치적 책임을 묻기 시작할 때 우리 문화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1. 발단 | 무엇이 ‘역사왜곡’이라는 것인가

「암살자(들)」은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모티브로 사건의 배후를 추적하는 미스터리 형식의 영화다.

논란의 핵심은 영화가 당시 수사당국의 공식 결론을 그대로 재현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영화는 사건의 배후를 명확하게 특정하지는 않지만 등장인물들을 통해 당시 박정희 대통령 측이나 중앙정보부가 사건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하나의 가설로 제시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역사왜곡이라는 비판이 시작됐다.

비판하는 쪽에서는 이미 수사와 재판을 통해 결론이 내려진 역사적 사건에 확인되지 않은 배후 가능성을 삽입함으로써 관객에게 실제 역사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실존했던 대통령과 영부인, 중앙정보부가 등장하는 만큼 단순한 허구의 영화와는 다르게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제작진의 입장은 다르다.

제작진은 공개된 기록과 자료를 토대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한 극영화이며,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하거나 영화 속 가설과 설정을 역사적 사실이라고 주장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제작한 작품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결국 첫 번째 질문은 여기서 시작된다.

실제 역사를 소재로 한 영화의 상상력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가.

2. 첫 번째 쟁점 | 역사적 상상력인가, 역사왜곡인가

영화는 역사책이 아니다.

실제 사건을 소재로 했다고 해서 모든 장면과 대사가 역사적 기록과 일치해야 한다면 역사영화 상당수는 제작하기 어려울 것이다. 실제 인물 사이에 존재하지 않았던 대화를 만들기도 하고 여러 인물을 하나의 인물로 압축하기도 하며, 기록에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을 상상력으로 채우는 것이 극영화의 일반적인 방식이다.

그러나 반대편에는 중요한 문제가 하나 있다.

영화는 역사책이 아니지만 관객에게 역사를 기억하게 만드는 강력한 매체이기도 하다.

특히 많은 사람이 구체적인 역사적 사건을 문헌이나 판결문보다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접한다. 실제 인물의 이름과 실제 사건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역사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가설을 매우 사실적으로 보여준다면 관객에게 그것이 역사적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영화니까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주장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반대로 영화가 역사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가능성을 제기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역사왜곡’이라고 규정하는 것 역시 신중할 필요가 있다. 제작진이 특정한 가설을 역사적 사실이라고 선언한 것인지, 여러 가능성 가운데 하나를 극적 장치로 제시한 것인지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논쟁에서 필요한 것은 정치적 입장보다 구체적인 사실 검증이다.

무엇이 확인된 역사적 사실이고, 무엇이 아직 논쟁적인 부분이며, 영화가 무엇을 새롭게 만들어냈는지를 구분하는 것이 먼저다.

3. 정치적 쟁점화 | 어느 순간 영화가 ‘작품’이 아니라 ‘진영’이 된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복잡해졌다.

영화의 역사적 사실관계를 둘러싼 논쟁에 정치권이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정치인이 영화의 역사 해석을 비판하는 것 자체는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 영화 제작자에게 표현의 자유가 있는 것처럼 정치인과 시민에게도 그것을 비판할 자유가 있다.

그러나 상영 중단이나 불매운동, 감독의 국회 출석 요구로까지 이어지면 문제의 성격은 달라진다.

처음의 질문은 “영화가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다루었는가”였다.

그런데 정치적 대립이 격화되면 질문은 어느 순간 “당신은 이 영화를 지지하는가, 반대하는가”로 바뀌게 된다.

이때부터 영화는 작품 자체보다 정치적 입장을 확인하는 수단으로 소비될 위험이 커진다.

4. 2차 논쟁 | 왜 이동진·김고은·지무비까지 번졌나

더 주목할 부분은 그다음이다.

논쟁의 대상이 영화를 만든 감독과 제작진에 머물지 않고 영화를 평가하고 추천하고 소개한 사람들에게까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의 리뷰에도 비판이 쏟아졌다. 영화가 제기한 의혹을 비평에서 어떻게 다뤘는지를 놓고 역사적 사실에 대한 태도와 과거 비평과의 일관성을 문제 삼는 주장까지 나왔다.

영화에 대한 감상평 등을 남겼던 배우 김고은 등에게도 논란의 불똥이 튀었다.

그리고 417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영화 유튜버 지무비가 올렸던 「암살자(들)」 소개 영상도 현재 채널에서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여기에는 반드시 구분해야 할 사실이 있다.

지무비는 현재까지 영상을 내린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따라서 역사왜곡 논란이나 정치적 압력 때문에 영상을 삭제했다고 단정할 근거는 현재로서는 없다.

그러나 삭제 이유와 별개로 이번 현상이 던지는 질문은 남는다.

영화를 좋게 평가하거나 소개하는 것은 그 영화가 제시하는 역사관과 정치적 메시지까지 지지한다는 뜻인가.

평론가는 영화의 연출과 연기, 서사와 문제 제기 방식을 높게 평가할 수 있다. 배우 역시 작품을 보고 좋은 영화라고 말할 수 있고, 유튜버는 화제가 되는 영화를 콘텐츠로 소개할 수 있다.

그것이 반드시 영화 속 역사적 가설에 대한 정치적 동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영화가 진영의 문제가 되는 순간 이런 구분이 사라지기 쉽다.

작품에 대한 평가가 곧 정치적 입장 표명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5. 더 중요한 문제 | 정치적 논쟁이 ‘자기검열’을 만들지는 않을까

여기서 「암살자(들)」 논란을 조금 더 넓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검열은 반드시 국가가 영화를 금지하거나 특정 장면을 삭제하라고 명령하는 방식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정치적 압력이 강해지면 문화산업 내부에서 스스로 위험을 피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감독은 “이 소재를 다루면 정치적으로 공격받지 않을까”를 먼저 생각할 수 있다.

배우는 “이 작품에 출연하면 특정 정치적 성향을 가진 사람으로 규정되지 않을까”를 걱정할 수 있다.

평론가는 “이 영화를 좋다고 평가하면 어떤 공격을 받을까”를 계산할 수 있다.

유튜버와 콘텐츠 제작자 역시 “괜히 이 영화를 다뤘다가 채널에 피해가 생기는 것은 아닐까”를 고민할 수 있다.

투자자와 제작사는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다. 논란이 예상되는 현대사 소재라면 애초에 투자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이상한 현상이 발생한다.

누구도 공식적으로 금지하지 않았는데 결과적으로 아무도 다루려 하지 않는 주제가 생기는 것이다.

물론 현재 「암살자(들)」 논란만으로 한국 문화계에 실제 자기검열이 발생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지무비의 영상 비공개 이유 역시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영화에 대한 비판이 영화를 평가하고 소개한 사람에게까지 반복적으로 확장된다면 문화생산자들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소재를 선택할 때 그 반응을 의식하게 될 가능성은 충분히 생각해볼 문제다.

그리고 그 결과 가장 큰 손해를 보는 것은 어느 한 정치세력이 아니다.

문화의 다양성이다.

6. 어떻게 보아야 하나 | 비판은 더 많이, 정치적 낙인은 더 신중하게

「암살자(들)」이 역사적 사건을 제대로 다루었는지는 철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실제 인물과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라면 창작의 자유를 이유로 사실에 대한 책임까지 면제받을 수는 없다. 영화가 실제 역사와 다른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 다른지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영화적 상상력이라면 어디서부터 상상력인지 관객이 판단할 수 있도록 충분한 비평과 검증이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그것과 영화의 상영 중단을 요구하거나, 영화를 만든 사람뿐 아니라 출연하고 평가하고 소개한 사람에게까지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것은 구분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문화가 발전하는 데 필요한 것은 비판이 없는 환경이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은 비판과 더 치열한 토론이 필요하다.

문제는 작품에 대한 비판이 사람에 대한 정치적 낙인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창작자가 ‘무엇을 만들 것인가’보다 ‘무엇을 만들면 공격받지 않을까’를 먼저 생각하고, 배우가 ‘어떤 작품에 참여하고 싶은가’보다 ‘어떤 작품이 안전한가’를 계산하고, 평론가와 유튜버가 ‘무엇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보다 ‘어떤 평가를 해야 공격받지 않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한다면 문화가 다룰 수 있는 영역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암살자(들)」 논란에서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두 가지다.

역사적 사실을 영화적 상상력이라는 이름으로 함부로 바꾸는 것. 그리고 역사왜곡을 비판한다는 이름으로 문화적 표현과 비평의 공간까지 위축시키는 것.

둘 중 어느 하나만 강조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역사영화에는 더 엄격한 사실 검증이 필요하다. 동시에 그 영화를 둘러싼 다양한 해석과 비평, 반론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다.

역사에 대한 책임과 표현의 자유. 그 두 가지를 함께 지키는 것이야말로 이번 「암살자(들)」 논란에서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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