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길ISSUE길 9월 29일 집중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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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2 · 2026년 9월 29일 집중이슈

조희대 대법원장의 강수를 ‘사법권 독립’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청을 거부하면서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충돌이 정면으로 드러났다. 조 대법원장이 내세우는 명분은 분명하다. 대통령의 재제청 요청에는 이를 정당화할 구체적인 헌법적 근거와 사유가 없으며, 대법관 제청권은 헌법이 대법원장에게 부여한 권한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대법관 제청권은 사법부 독립을 보장하기 위한 중요한 제도적 장치라는 주장에는 충분히 일리가 있다. 법원 내부에서도 이번 거부를 두고 ‘대법원장의 자기 정치’라는 비판과 ‘헌법에 따른 법리적 판단’이라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조 대법원장의 최근 강수를 오로지 ‘사법권 독립을 지키기 위한 행동’으로만 이해하기에는 몇 가지 질문이 남는다. 그가 사법권 독립이 시험받았던 과거의 중요한 순간마다 어떤 선택을 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장면 1 | 양승태 사법농단 — 조희대와 김명수는 다른 선택을 했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불거진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는 사법권 독립이 반드시 외부 정치권력에 의해서만 훼손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법원행정처가 청와대와 주요 재판을 둘러싸고 의견을 주고받은 정황이 드러났고, 법관의 성향과 활동을 파악한 문건 등도 발견됐다.

조희대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인 2014년 대법관에 취임했다. 사법농단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2018년에도 현직 대법관이었다.

당시 조희대를 포함한 대법관들은 공동입장을 내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시하면서도 핵심 논란이었던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서는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추가 문건들이 공개되면서 이 같은 대법관들의 판단이 적절했는지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졌다.

반면 양승태의 후임으로 취임한 김명수 대법원장은 다른 선택을 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추가조사를 지시했고, 관련 문건을 공개했으며 검찰 수사에도 협조했다. 사법부 내부 권력이 개별 법관과 재판의 독립을 침해했는지를 규명해야 할 문제로 본 것이다.

물론 두 사람의 위치는 달랐다. 김명수는 대법원장으로서 사태를 처리해야 하는 책임자였고 조희대는 대법관이었다. 따라서 두 사람의 행동을 단순 비교해 어느 한쪽이 옳았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그럼에도 두 사람의 태도 차이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사법부 내부 권력이 재판과 법관의 독립을 침해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을 때 조희대는 이를 적극적으로 규명하는 쪽보다는 당시 대법관들의 기존 판단을 방어하는 위치에 있었다.

지금 그가 강조하는 ‘사법권 독립’과 비교해볼 수밖에 없는 첫 번째 장면이다.

장면 2 | 계엄의 밤에는 왜 침묵했나

두 번째는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이다.

당시 계엄사령부 포고령에는 포고령 위반자를 영장 없이 체포·구금·압수수색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후에는 전직 대법원장과 대법관 등 사법부 인사들에 대한 위치 확인과 체포 시도 정황까지 드러났다.

이는 사법부와 무관한 정치적 사건이 아니었다. 법관의 영장심사권과 법원의 헌법상 권한, 사법부 구성원의 독립과 직접 연결되는 문제였다.

조 대법원장이 이를 문제 삼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법원행정처는 긴급회의를 열었고,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이후 조 대법원장이 내부 회의에서 계엄의 위헌성을 지적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을 향한 공개적인 메시지는 달랐다. 계엄 다음 날 출근길에서 위법성을 묻는 질문에 조 대법원장은 절차와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취지로 답했다.

여기서 계엄에 대한 정치적 입장을 밝혔어야 했느냐를 문제 삼을 필요는 없다.

질문은 더 단순하다.

법관의 영장심사권이 무력화되고 사법부 인사까지 체포 대상이 될 수 있었던 상황에서는 공개적으로 사법권 독립을 강하게 말하지 않았던 대법원장이, 왜 지금 대법관 제청권 문제에서는 사법권 독립을 앞세워 대통령과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가.

장면 3 | 이재명 파기환송, 왜 9일이었나

세 번째 장면은 지난해 이재명 당시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이다.

대법원은 사건을 소부에 배당했다가 조희대 대법원장의 결정으로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그리고 전원합의체 회부 후 불과 9일 만에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판결의 법리적 타당성은 별도로 판단할 문제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를 불과 한 달여 앞두고 유력 대통령 후보의 정치적 운명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을 대법원이 이례적인 속도로 처리한 것은 그 자체로 정치적 파장을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

사법부가 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이유로 재판을 중단할 수도 없다. 그러나 그 반대도 생각해야 한다. 선거를 앞두고 통상적인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판단함으로써 사법부의 결정이 국민의 정치적 선택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만약 대법원의 판단이 선거 전에 후보 자격이나 선거구도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면 국민이 대통령을 선택해야 할 시기에 사법부가 그 선택의 범위를 사실상 결정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제기될 수 있는 사안이었다.

그런데 이 ‘9일’은 최근 대법관 인선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자리는 이미 200일 넘게 공석이다. 대법관 공석이 장기화하면 상고심 사건 처리가 늦어지고 그 피해는 결국 재판을 기다리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그래서 질문이 생긴다.

대통령 후보의 재판에서는 왜 그렇게 서둘러야 했고,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와 관련된 대법관 공석 문제에서는 왜 그렇게 서두르지 않았는가.

장면 4 | 대통령을 만났을 때는 말하지 않고, 다음 날 거부했다

마지막 장면은 이번 대법관 재제청 문제다.

이재명 대통령과 조희대 대법원장은 21일 청와대에서 직접 만났다. 김성수 신임 대법관 임명장 수여식이 끝난 뒤 차담도 했다.

그 자리에서 조 대법원장은 재제청 문제에 대한 자신의 최종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날 이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해외로 출국한 뒤 조 대법원장은 재제청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재제청 요청을 받은 지 25일 만이었다. 조 대법원장은 요청 문서에 구체적인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적혀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날 대통령을 만났다고 해서 반드시 그 자리에서 현안을 논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헌법기관끼리 공식적인 문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25일 동안 입장을 내지 않다가 대통령과 직접 만난 다음 날, 대통령이 해외에 나간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거부 입장을 밝힌 과정은 정치적 해석을 낳을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이를 두고 직접 논의할 기회가 있었는데도 침묵하다 대통령이 순방을 떠나자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는 청와대의 주장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법관 인선을 둘러싼 문제가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공개적인 권한 충돌로 확대된 것은 사실이다.

사법권 독립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각 장면은 따로 보면 나름의 설명이 가능하다.

양승태 사법농단 때는 대법관으로서 재판거래 의혹과 사법행정권 남용을 구분했다고 설명할 수 있다. 계엄 때는 사법부 수장으로서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고 볼 수도 있다. 이재명 사건은 선거를 앞둔 법적 불확실성을 빨리 해소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할 수도 있다. 이번 재제청 거부 역시 대통령의 임명권으로부터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지키려는 헌법적 판단일 수 있다.

그런데 이 네 장면을 연결해 놓으면 질문은 달라진다.

사법부 내부에서 법관과 재판의 독립이 문제가 됐을 때, 계엄으로 사법부의 권한 자체가 위협받았을 때, 대통령 후보의 재판을 9일 만에 처리했을 때, 그리고 지금 대통령과 대법관 제청권을 놓고 충돌할 때 조희대 대법원장이 보여준 행동을 하나의 일관된 ‘사법권 독립’ 원칙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현재 법원 내부에서도 조 대법원장의 재제청 거부를 두고 헌법적 권한을 지키기 위한 법리적 판단이라는 견해와 불필요하게 대통령과 충돌하며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함께 나오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반대로 그의 모든 행동을 ‘사법권 독립’이라는 한마디로 설명하는 것도 충분하지 않아 보인다.

사법부 독립은 대법원장의 권한을 지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외부 정치권력으로부터 법원을 지키는 것, 사법부 내부 권력으로부터 개별 법관의 재판을 지키는 것, 그리고 사법부 스스로 정치 과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절제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원칙이어야 한다.

그래서 지금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필요한 것은 ‘사법권 독립’이라는 말을 반복하는 것보다 자신의 행동이 그 원칙과 어떻게 일관되는지를 보여주는 일인지도 모른다.

사법권 독립을 지키기 위한 강수인가, 아니면 사법부 수장의 행위가 정치행위의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인가.

판단은 결국 국민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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