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이슈 1 · 2026년 9월 29일 집중이슈
DMZ 지뢰가 북한 소행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지난 21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지뢰가 폭발해 우리 장병 3명이 다쳤다. 군 당국은 현장에서 발견된 지뢰 등을 토대로 북한군이 사용하는 지뢰일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북한제 지뢰인지 여부를 넘어 북한군이 의도적으로 군사분계선(MDL) 남쪽에 매설한 것인지 명확하게 규명하는 일이다.
만약 북한군의 고의적인 지뢰 매설로 확인된다면 우리 장병이 실제로 부상한 만큼 북한에 분명하게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를 요구해야 한다.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느냐다.
‘대북 확성기 재개’는 효과도 크지만 비용도 크다
야권 일부에서는 북한 소행으로 확인될 경우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한이 대북 확성기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다는 점에서 상당한 압박수단이 될 수 있다.
2015년 목함지뢰 사건 때도 우리 군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북한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군사적 긴장이 급격히 높아졌고, 결국 남북 고위급 접촉을 거쳐 북한의 유감 표명과 남측의 확성기 방송 중단 등을 담은 8·25 합의가 나왔다.
그러나 확성기는 북한만 압박하는 수단이 아니다. 최근 남북 간 확성기 대결에서는 북한의 대남 소음방송으로 강화·파주 등 접경지역 주민들이 수면장애와 일상생활 피해를 호소했다. 대북전단과 북한의 오물·쓰레기 풍선이 다시 맞물릴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확성기는 북한에는 압박을 가하지만 우리 접경지역 주민에게도 비용을 발생시키는 양날의 칼이다. 당장 방송을 재개하기보다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확성기 재개 가능성 자체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는 방안을 먼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사실 규명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정부 대응의 첫 단계는 정확한 사실관계 규명이다. 유엔군사령부 조사 등을 통해 북한군이 언제, 어떤 목적으로 지뢰를 매설했는지 최대한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고의적인 행위로 확인된다면 정전협정 위반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하고 북한에 책임 인정과 사과, 재발방지를 요구해야 한다.
동시에 우리 측의 안전조치도 강화해야 한다. 북한군의 MDL 접근과 지뢰매설 움직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비금속 지뢰 탐지장비, 드론, 무인 지뢰탐지체계 등을 보강해야 한다. 북한에 책임을 묻는 것만큼 우리 장병이 같은 피해를 다시 당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북한이 책임을 부인하고 재발방지 요구에도 응하지 않는다면 그다음 단계에서 독자제재와 국제적 책임 추궁을 강화하고, 필요할 경우 대북 확성기 재개까지 검토할 수 있다.
즉 사실관계 규명 → 북한 책임 공식화 → 사과·재발방지 요구 → DMZ 안전조치 강화 → 북한의 반응에 따른 단계적 압박 강화라는 순서다.
이번 사건을 오히려 군사대화의 계기로 만들 수는 없을까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갈 필요가 있다. 북한의 책임을 묻는 것과 동시에 정부가 DMZ 안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 군사실무회담을 제안하는 것이다.
의제를 거창하게 잡을 필요는 없다. DMZ 지뢰매설 중단, 군사분계선 인근 안전수칙, 우발적 충돌 방지, 군 통신선 복원 등 남북 군인들의 안전과 직접 관련된 문제부터 논의할 수 있다.
북한이 거부하더라도 우리가 잃을 것은 많지 않다. 북한의 책임을 분명히 묻는 동시에 재발방지를 위한 대화를 먼저 제안했다는 명분을 확보할 수 있다.
반대로 북한이 응한다면 의미는 작지 않다. 북핵이나 남북관계 전반처럼 처음부터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보다 ‘DMZ에서 더 이상 남북 군인들이 다치지 않도록 하자’는 현실적인 문제에서 단절된 군사대화를 다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5년 목함지뢰 사건에서는 확성기를 켜고 북한이 반발하면서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뒤에야 대화가 시작됐다. 이번에는 반드시 같은 과정을 반복할 이유는 없다.
확성기 재개 가능성은 남겨두되 먼저 대화를 제안하는 것, 이것 역시 하나의 대응 전략이 될 수 있다.
단호한 대응과 대화는 양자택일이 아니다
북한의 고의적인 지뢰 매설이 확인된다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단호한 대응이 곧바로 확성기를 다시 켜고 남북 간 긴장을 높이는 것을 의미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북한에 “책임을 인정하고 재발방지 대화에 응하면 상황을 관리할 수 있지만, 이를 거부하고 추가 도발을 하면 대응수위가 높아질 것”이라는 명확한 선택지를 제시하는 것이 전략적일 수 있다. 이렇게 하면 확성기는 즉각적인 보복수단이 아니라 북한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지렛대가 된다.
이번 사건에 대한 정부의 대응 능력은 얼마나 강하게 북한을 압박했느냐만으로 평가할 문제는 아니다. 북한에는 도발의 비용을 분명히 인식시키면서 우리 국민의 피해는 최소화하고, 가능하다면 이번 위기를 단절된 남북 군사대화를 다시 여는 계기로 전환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도발에는 책임을 묻되, 그 책임을 묻는 과정까지 다음 도발의 씨앗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
이번 DMZ 지뢰 사건에서 정부가 보여줘야 할 것은 바로 그런 전략적 대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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